인플레 우려에 국채 3년물 급등…한달 만에 3.1%대

기사등록 2022/06/02 18:20:52 최종수정 2022/06/02 20:25:09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고, 6월1일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05.0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가 하룻 새 1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국채 3년물이 한 달 만에 다시 3.1%대로 올라서는 등 전 구간 상승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장 마감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098%포인트 오른 3.125%에 마감됐다. 국채 3년 금리가 3.1%를 넘은 것은 지난달 6일(3.146%) 이후 한 달 만으로, 거래일 기준으로는 18거래일 만이다.
 
5년물 금리도 전장대비 0.110%포인트 오른 3.366%를 기록해 3.3%대로 올라섰다. 10년물 금리도 전장대비 0.095%포인트 오른 3.421%로 마감해 3.4%대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0.10%포인트, 0.066%포인트 오른 3.336%, 3.199%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는 전구간 상승했다.

고공행진을 해 오던 채권 금리 3년물은 지난달 24일 2.967%로 2%대로 내려간 후 5거래일 연속 2%대를 유지해 왔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에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내용이 담긴 한국은행 블로그가 첫 공개 되면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국채 금리가 이날 큰 폭 오른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의지를 재확인 하는 등 미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표명하면서 긴축 경계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만나 "인플레이션 해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응하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시까지 적극적 금리인상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멤피스 경제클럽 연설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 최근 일각에서 제기됐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미 연준이 이번달 1일부터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양적긴축(QT) 일정에 들어간 점도 채권 약세를 키웠다. 양적긴축은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준은 이번달부터 매달 국채 300억 달러, MBS 기관채 175억 달러를 최대 한도로 설정해 축소에 나선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공급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120.80원까지 올라섰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가격도 같은날 장중 배럴당 119.9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산유국의 증산 검토 소식에 다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3원대, WTI가 112원대로 내려섰다.

긴축 기대감에 미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도 큰 폭 올랐다. 1일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65% 상승한 2.909%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2.92% 급등한 2.647%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 국채 금리 급등시 국내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한편 한은이 이날 오전 진행한 통화안정증권 2년물은 2.910%의 금리에 1조9000억원(19개사)이 낙찰됐다. 당초 2조3000억원 발행 예정이었으나 이에 못 미치는 2조1300억원이 응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장기 저성장 우려 발언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다. 이 총재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 연설에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이후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선진국 중앙은행에게 조언한 것처럼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들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 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팬데믹 이후 나타난 양극화 현상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배럴당 120원까지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미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며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으로 저성장·저물가 시대가 장기간 올 수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부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지 않자 채권 강세 재료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여기에 외국인의 국채 선물 대량 매도까지 가세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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