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세계 에너지 시장 재편
중국·인도 협상력 높아지고 석유 생산자들 이득 커져
서방에 대한 푸틴 영향력 감소…중·러 에너지 협력 강화
"소비자들 고통만 심화되고 사우디·석유기업만 이득 봐"
러시아산 석유 금수가 시행되면 유럽과 미국 그리고 세계의 다른 지역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정유회사들은 러시아산이 아닌 다른 석유를 가공하기 위해 전 세계를 뒤져야 한다. 트럭과 농기구에 필수적인 디젤과 같은 특정 연료는 부족해질 수 있다.
NYT는 유럽으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석유 공급자인 러시아를 중동의 불안정한 수출업자들과 맞바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가 낮은 가격에 석유를 자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고유가에 따른 고통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도에 석유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서방의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방국들은 그들의 움직임이 러시아 석유 생산자들로 하여금 석유를 저장할 공간을 찾지 못해 유정을 폐쇄할 수 밖에 없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크게 오르면 러시아가 얻는 수입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산유국과 엑손모빌, BP, 셰브론과 같은 석유회사들은 고유가로 인해 이득을 볼 것이다. 반대로 전 세계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기름을 사용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참모를 역임한 로버트 맥널리는 "이는 역사적이며 큰 사건"이라며 "EU의 금수조치는 상업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정학적 관계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러시아 석유 수출의 약 절반은 유럽으로 갔다. 이는 거래량으로 100억 달러(약 12조 4820억원) 규모였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럽의 새로운 노력은 유럽과 러시아의 에너지를 분리하고 서방 국가들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에너지 지정학 프로젝트 책임자인 메건 오설리번은 "(석유금지 조치는) 상당한 지정학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세계 에너지 경제에 더 깊이 끌어들이고 러시아와 중국 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EU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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