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다시 봄처럼, 안녕'은 이민혁이 음악을 만드는 역량도 만만치 않게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그의 자작곡 3곡을 비롯 발라드 다섯 트랙이 실렸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지난 2020년 7월 EP '소행성' 발매 이후 약 1년10개월 동안 음악적 힘이 무르익었다.
최근 창천동 엠피엠지(MPMG)에서 만난 이민혁은 "언제 어디서나 들려드릴 수 있는 제 보험 같은 앨범"이라고 자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는 모든 이에게 타격을 줬지만, 그 이전에 민혁 씨의 기세가 너무 좋아 아쉬움이 더 컸을 거 같아요.
"올라가려다 한풀 꺾인 상황이라 많이 아쉽긴 했죠. 잘 되는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자연 재해로 인한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요. 물론 처음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힘들어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곡 작업이랄지 할 수 있었던 걸 했어요. 충분히 쉬고 마음의 여유도 즐겼죠. 그렇게 무난무난하게 잘 버텨왔어요.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음악 하시는 분들이 다 그랬을 겁니다."
-무엇보다 팬들을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이 가장 컸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동안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오랫동안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게 참 감사한 거구나'를 느꼈죠.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그런 마음을 계속 갖고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엔데믹 시기에, 봄에, '다시 봄처럼, 안녕'이라는 타이틀로 내신 이번 앨범이 더 의미가 있어요.
"앨범 전체적으로 '재회'에 중점을 뒀어요.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서요. 일반적인 연인의 사랑보다는 좀 더 넓은 인연, 사랑을 담고자 했죠."
"약 3년 가까이 혼자 수련하는 느낌으로 보내다 보니까, 여러가지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특히 코로나 19때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성장했고 무엇보다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 많이 생겼고요."
-타이틀곡 '목소리'(작사 김희원·조세연, 작곡 김희원)는 동화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전 평소 녹음할 때 듣기 편할 수 있도록 담백하게 불러요. 이번 곡의 폭은 역동적이라 뮤지컬스럽게 노래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어요. 편곡 자체가 디즈니스러운, 예쁜 동화 같은 느낌의 곡이라서요. 제 노래 중엔 소편성의 곡들이 많아요. 그런데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제가 보컬적으로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예전에 이런(편곡이 웅장한) 곡을 부르면 제 목소리가 묻혔거든요. 목소리의 힘이 덜해서요. 이번에 이 곡을 연습하면서 더 단단한 보컬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해요."
-두 번째 트랙 '사랑하고 있나요'는 민혁 씨와 강버터(Kang Butter·강예준) 씨가 함께 만든 곡입니다.
"타이틀곡('목소리')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보컬 녹음도 만족스럽게 잘 됐고,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들이 밸런스 좋게 담겨 있어 제 '명함'처럼 들려 드릴 수 있는 곡이죠. 버터 씨랑은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OST '사랑일지도 몰라' 작업을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저랑 음악적 색깔이 잘 맞는 친구랑 작업을 하면 '이렇게 행복하구나'를 느끼게 해줬어요. 성격도 잘 맞아서 오래 같이 작업하고 싶은 친구예요."
-세 번째 트랙 '다시 봄처럼, 안녕'은 민혁 씨와 작사가 조소정 씨, 작곡가 최영훈 씨가 함께 한 곡이네요.
"이 곡은 진짜 많이 고생했어요. 편곡도 갈아 엎었고요. 1절 멜로디가 너무 쉽게 마음에 들게 나왔고 묵혀 놓았던 곡인데, 이후에 뒤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이 컸어요. 반년 가까이 질질 끝었던 곡이죠. 다음부터는 1절만 쓰고 그만두는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곡을 쓰는 타이밍도 중요하더라고요.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아서 그랬지,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멜로망스' 정동환 형을 비롯해 음악 하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너무 예쁜 곡이에요. 헨(HEN) 작곡가님이 저를 염두에 두고 쓰신 곡인데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질 정도로 멜로디가 예쁘죠. 플루트와 클라리넷 같은 목관악기 편곡도 좋아하는데 고급스런 느낌이 들어요."
-'우리 손잡고'는 팬들에게 직접 쓰는 편지 같은 곡입니다.
"앞서 곡을 쓰는데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이 곡은 바로 한 숨에 써내려갔어요. 평소에 갖고 있었던 생각이라 망설이지 않고 쭉 써내려갔죠. 팬분들에게 가사를 잘 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벌써 데뷔 7년차입니다.
"이번 앨범은 제가 할 수 있고 해오던 것을 좀 더 질 높게 만들어낸 느낌의 음반이에요. 이제부터는 다른 느낌으로 음악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 대중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30대를 앞두고 있으니까 솔직히 '변화의 강박' 같은 것도 생기거든요. 이제까지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니, 잘 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어요. 그 가운데 이번 앨범은 어디에서든 들려드릴 수 있는 보험 같은 존재가 됐죠. 감히 말씀 드리면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18~19일 홍대 앞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콘서트도 여십니다.
"일단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엄청 돌리고 있어요. 이번 앨범과 콘서트를 통해 '이민혁은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걸 팬분들 마음 속에 깊이 새겨드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대중성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30대가 되면 '나만 아는 가수'가 아닌 '누구나 아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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