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도 소중한 한 표 행사 유권자 발길 이어져
투표소 혼동, 1·2차 투표 절차에 일부 혼선 겪기도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일 하나 만큼은 야무지게 했으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됐으면 합니다."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광주 각 투표소에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지역 일꾼을 뽑으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서로 두 손 꼭 잡은 백발 노부부, 모자를 눌러 쓴 대학생, 산책 삼아 집을 나선 어머니와 딸,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 중절모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노인, 바쁜 출근길 짬을 낸 직장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투표소를 찾았다.
광주 광산구 첨단2동 제10투표소가 차려진 첨단다목적체육센터를 찾은 유권자들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소독을 하고 비닐 장갑을 착용했다.
이후 투표용지 선거인 명부와 신분증 대조 확인 절차를 거쳤고, 각급 자치단체장·교육감 투표 용지를 건네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등재 번호를 모르는 유권자들은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70대 한 유권자는 지정 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사무원 안내를 받고 인근 첨단2동 7투표소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시교육감·구청장과 광역·기초의회 각급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등 최대 7명을 선출하는 만큼, 투표용지는 1·2차로 나눠 교부됐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 동선을 혼동해 절차를 투표사무원에게 거듭 묻기도 했다.
여러 장의 투표 용지를 받아든 시민들은 행여 기표를 빠뜨리지는 않을까, 도장이 번지지 않을까 심사숙고하는 모습이었다.
광산구청장·시의원(광산구 3선거구) 투표용지가 지급되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짓던 한 유권자는 '후보가 1명 씩만 출마해 투표를 따로 하지 않는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흥1동 제1투표소인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투표 시작 10분 전부터 당당한 한 표 행사에 나선 시민들이 줄을 섰다.
이날 투표소에 가장 일찍 도착한 나상운(75)씨는 "출근길에 들렀다. 젊은이들도 노후 걱정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씨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며 "잘했는가 모르오"며 멋쩍게 웃자, 선거 사무원이 "잘 하셨을 거에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두 차례로 나뉜 투표에 일부 유권자는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문흥1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문정초등학교 강당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선거사무원에게 투표 인증 촬영 방법을 물었다.
"투표소 이름을 배경으로 하고 찍으시라"는 안내에 그는 곧장 뒤 돌아 자신의 휴대전화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어느 80대 노부부는 선거 사무원의 부축을 받아 10분 가량이 지난 후에야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남구 주월1동 제2투표소 장산초등학교에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선거인 명부 등재 여부를 확인하는 사무원의 질문에 시민들은 저마다 주머니에서 꾸깃한 메모지나 휴대전화를 꺼내 등재번호를 말했다. 상당수는 등재 번호를 몰라 사무원 도움을 받아 선거인 명부를 거듭 확인했다.
한 직장인은 "바빠도 투표는 해야지"라며 허겁지겁 투표소에 들어섰다. 투표소 입구에서 신분증을 집에 놓고 와 급히 발걸음을 되돌리는 중년 남성도 눈에 띄었다.
투표소를 떠나는 시민들 표정도 각양각색이었다.
"속이 다 시원하네", "일 잘했으면 좋겠네" 등 홀가분하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떠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반면,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성실한 동네 일꾼'을 뽑아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바랐다.
광산구민 박모(82)씨는 "지역을 위해 야무지게 일할 사람이 뽑혀야 한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운동·여가시설과 공원 녹지를 확보하고, 걸음이 느린 고령 보행자를 위해 교통 환경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지방선거에 나선 신모(20·여)씨는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정당을 감안해 투표했다. 새로 뽑힐 대표자는 지역 발전을 위한 예산을 유치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김모(54)씨는 "다양한 정책과 정당,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쳤더라면 어땠을까 아쉽다. 유권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좁아진 점은 아쉽다"면서도 "내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바른 정치를 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최모(33·여)씨는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광주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출산·육아 계획을 짜고 있다. 이 부분을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뽑았다"고 했다.
학부모인 권모(52)씨는 "치솟는 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공교육도 사교육 수준으로 질을 높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취업준비생 장모(27)씨는 "취업준비생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번듯한 기업이 많아져 다양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광주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모(25·여)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세대가 놀 곳도, 좋은 일자리도 부족하다"며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당과 정치인을 뽑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지방선거에서 광주 지역 투표소는 367곳, 전남은 860곳에서 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광주 지역 유권자는 120만6886명, 전남은 158만689명이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총 431명의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leeyj2578@newsis.com, hyein034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