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지난해 2월부터 추이 변화 정리
당초 인플레 일시적으로 봤다가 점점 입장 바꿔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게 된 것은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 위협을 너무 늦게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지난 2년 동안 휘발유, 식료품, 주택, 자동차, 옷, TV 등 미국인들이 사는 거의 모든 물건의 가격이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수십년 동안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제 걱정거리가 됐다고도 했다.
WP는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가 이번 달에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국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음을 대조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증, 공급망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비지출 패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나타났다.
초기 집값이 오른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렌터카 가격이 부분적으로 오른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업이 침체됐을 때 회사들이 차량을 매각해 차량대수가 부족한 탓이다.
WP는 이러한 일회성 물가 상승이 융합되어 훨씬 더 광범위한 재앙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뒤흔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정책 입안자들이 증가하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바이든 대통령은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 시장에 새로운 화력을 주입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기 부양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로 지금 이러한 투자를 한다면 더 많은 성장, 더 높은 소득, 더 강한 경제를 창출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재정도 더 강한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 2주 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의회가 바이든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승인을 앞둔 상황에서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나는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골치 아픈 수준으로 상승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11일에는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했다. 공화당의 반대와 일부 중도파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원들은 새로운 경기 부양책, 국가 원조, 연장된 실업수당, 많은 다른 조치들에 수천억 달러를 승인했다.
3일 후 재닛 옐런 장관은 ABC방송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냐는 질문에 "저는 그것이 큰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기간 수요의 붕괴로 인해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런 변화가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옐런 장관이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5월4일 옐런 장관은 더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부양책으로 인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다음달인 6월5일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나타났으며 적어도 1년 단위로 볼 때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3% 정도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달 16일 연준은 2021년 후반까지 인플레이션이 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고 지속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인 지난해 7월식료품, 가스, 임대료 등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던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달 19일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일부 물가가 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인정했으나 이 문제가 더 심각한 위협일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관점이 아니다. 대부분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믿고 있고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9월 연준과 백악관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기업들이 늘어나는 소비자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가격도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트위터를 통해 "한 달이란 기간이 추세를 만들지 않으며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 제약이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델타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9월3일 발표된 8월 일자리 보고서의 초안은 23만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돼 경제학자들의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고 같은 해 여름 초에 비해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몇몇 사람들이 더 많은 숫자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우리가 본 것은 일자리 창출에서 매달,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전했다.
10월에는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더 많은 징후들이 나타났다.
경제분석가들은 10월 일자리가 50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9만4000개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4.8%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고용시장을 떠났다.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1년 성장세가 1984년 이후 경제 전반에서 가장 빠르다고 해석했다.
다음달인 11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일시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은 그달 3일 그동안 펼쳤던 경기부양책 축소(테이퍼링)에 돌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영구화시키지 않을 것이며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부문의 상당한 물가 상승에 주목하고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가 올해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말이 되어서야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생각에서 물러난다. 파월 의장은 11월30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아마도 지금이 그 단어를 철회하고, 우리가 의미하는 것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할 좋은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10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수치는 전년대비 6.8% 증가했다.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돼지고기, 가금류, 농산물에서부터 주택과 스포츠 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 가정들이 물가 상승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방안으로 '더 나은 사회지출 구축법'을 내세웠지만 공화당원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발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연준은 정책 초점을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실업률에서 더 심각한 위험인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한다. 파월 의장은 기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확실히 증가했다"며 연준이 올 3월까지 자산 매입을 줄이고 이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치솟게 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켰다.
연준은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3월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올렸고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물가안정 목표로 돌아오는데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총 일곱 차례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이를 통해 12월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4.3%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이달 초 FOMC에서 20여 년만에 가장 큰 폭인 0.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부터 9조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돌입, 긴축 정책을 예고했다.
파월은 이달 12일 연준 의장 연임을 확정한 날 "연준이 더 빨리 행동했어야 했다"며 "우리가 조금 더 일찍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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