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성원 이창환 기자 = 국민의힘은 30일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놓고 엇박자를 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유권자 협박", "매표정치" 등을 운운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공약을 낸 이재명·송영길 후보를 향해선 "극단적 이기주의를 편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대전 현장회의에서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이라는 중요한 공약을 놓고 당에 대한 지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유권자를 협박했다"고 운을 뗐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여객기 수직이착륙'에 대해 "지난 대선 때 기축통화를 운운하던 경제적 허언증이 교통 분야로 전파됐다"며 "허언증 선거 운동은 그만해야 한다. 정치인이 이런 언어를 쓸수록 정치는 희화화되고 국민의 정치혐오가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월21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국채 비중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채비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거센 공세에 직면한 바 있다.
이날 여당 안팎에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허은아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항 이전과 같은 SOC 사업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기에 수년간의 타당성 조사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초대형 국책사업"이라며 "대선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불쑥불쑥 내놓았던 설익은 정책들은 혼란만 불러일으킨 채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길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느닷없이 김포공항을 없애버린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전 세계 공항에서 국제선, 국내선을 포함해 김포공항이 압도적인 1등"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 이견이 표출된 점도 공격의 빌미가 됐다. 국민의힘은 연일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꼬았다.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단 서울시민들이 불편하다. 또 경기도는 김동연 후보 등이 성남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옮기자고 했다. 그럼 경기도 후보들이 바보가 되는 것"이라며 "결국 다 싫어하는데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 정책을 펴는 사람이 리더로서 자격이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나온 사람이 분당 버리고 계양에 와서 질 것 같으니 2~3일 남겨놓고 '김포공항 옮길게' 한 것"이라며 "자기 살겠다고 당의 다른 후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구상일 뿐만 아니라 '매표정치'이자 떴다방식 호객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놓인 해저터널을 언급하며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에 통합하고 해남과 제주도 사이에 KTX가 다니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는 이재명 후보를 반박했다.

오 후보는 "영-불 해협 해저터널이 50㎞가 안 되는데 공사기간만 6년이 걸렸다. 해남에서 제주까지는 그 두 배인 100㎞ 정도"라며 "실제 짓고 결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거기에 공사기간 12년을 더하면 최소 20년 가까이 걸릴 텐데 4년짜리 서울시장 후보와 4년짜리 국회의원 후보가 낼 만한 공약인가"라고 비꼬았다.

오 후보는 또 "아무리 국회 의석이 170석에 이르더라도 본인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며 "송영길 후보와 제가 죽기 전에 해저터널 개통을 볼 수 있겠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런 정치인들을 겸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중앙선대위 메시지본부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포공항이 없앤다면서 나오는 대안이 'SF 영화' 찍는 것 같다"며 "현재 기술로 어느 세월에 다 할 건지 궁금하다. 김포공항 해체는 당내조차 부정당하면서 완패각"이라고 비판했다.

6·1 지방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선거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발표된 후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반박해왔다. 지난 28일에는 선거 유세 일정을 취소한 뒤 직접 제주공항을 찾아 '제주 관광산업 말살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여야 후보 모두 예민하게 반응했다.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는 도지사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김포공항 이전 저지 제주도민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했다.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는 전혀 상의되지 않은 공약이라고 항변하며 중앙당에 철회를 요청했다.

여당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공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폐지 규탄 서명에 참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30일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한 여당의 비판과 관련,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할 경우 제주 관광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 주장은) 저는 좀 모자란 생각이거나 악의적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총괄선대위원장·공동상임선대위원장 합동 기자회견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당내 이견이 있는 것 같다'는 물음에 "(김포·인천공항은) 직선거리로 30몇 ㎞ 정도다. 최근 개발된 고속전철을 기준으로 한다면 10여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공항"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김포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 또 김포공항 고도 제한 때문에 생기는 개발 제한 피해가 약 300만명에 이른다"며 "엄청난 면적이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저는 꼭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역과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계양을 위해서도, 인천을 위해서도, 수도권 서부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항공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것이 맞다. 국가나 지역과 국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주 관광이 악영향 입는다'고 발언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알면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악당의 선동인가,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철부지의 생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33.5㎞)다. 김포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일인가"라며 "갈라치기 조작 선동 그만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한 논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지난 27일 김포공항의 인천공항 이전·통합과 수도권 서부 개발 추진을 골자로 한 정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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