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후보→스타트업 대표→대통령직 인수위원 활동 등
고객이 온라인으로 제작의뢰하면 제조업체들이 견적 제시
"전통제조가 다른 레벨로 갈 수 있게 해야한다...생태계 바꿔야"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제조업 생태계를 바꾸는 게 꿈입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다. 우주인 후보에서부터 스타트업 대표,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달 초 인수위원직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산 대표는 본업인 자신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 대표직에 집중하고 있다.
고산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에이팀벤처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조분야의 수요사는 공급사를 찾기 어렵다"며 "요식업체는 배달의 민족이 있는데 왜 제조업계는 없나 싶어 시작하게 됐다. 제조업계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산 대표가 창업한 에이팀벤처스는 부품이나 (시)제품 제작을 원하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도면과 함께 제작을 의뢰하면 파트너로 등록한 제조업체들이 고객에게 견적을 제시하고, 고객은 이들 중 원하는 제조업체를 선택해 거래를 확정 짓는 제조업체 매칭플랫폼(카파)이다.
예를 들어 기존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공장에서 다른 종류의 부품부터 개인의 미술 졸업작품 등 다양한 제안을 보고,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 후 제안을 받아들여 생산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카파에는 CNC, 공작기계, 3D 프린팅, 사출성형, 판금, 주조 등 다양한 제조가 가능한 2300여 제조업체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의뢰, 계약, 생산 과정을 에이팀벤처스가 운영하는 카파를 통해 할 수 있다.
에이팀벤처스는 이달 초 국내 최초로 도면에 특화된 협업 소프트웨어인 '카파 커넥트'를 출시했다.
도면을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 필요시 원하는 사람들과 쉽게 주고 받을 수 있고, 채팅을 통해 의견을 나누면서 중요한 사항은 도면상에 직접 남길 수 있다.
글로벌 제조시장의 규모는 650조원이다. 이중 아웃소싱 시장규모는 16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제조생산 시장 규모는 약 453조원이다. 국내 6대 제조 뿌리산업의 시장규모는 143억원이다.
제조업분야는 아직 IT가 닿지 못한 분야가 많다. 고산 대표는 이 점을 포착해 에이팀벤처스를 시작했다.
고 대표는 "전통제조가 다른 레벨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좀 더 멋진 산업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간 쌓여있던 산업이 아깝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실제로 조매트리 등 미국, 유럽, 일본에 우리와 같은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있다"며 "기존엔 제조업과 IT생태계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만 생각했지만 이제 생태계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이제 제조회사들이 대기업에서만 물량을 받는 게 아니라 롱테일로 갈 수 있는 혁신을 우리가 하고 싶다"고 했다.
고 대표에게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의 상황을 물었다.
현재 자동차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신차 대기난이 심하고, 그로 인해 차 판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50%밖에 들어가지 않는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체질개선도 시급하다.
고 대표는 "부품사들은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만 한번에 대대적인 전환이 되긴 어렵다"며 "지금 전기차로 대체되는 분위기지만 이미 나온 (내연기관) 차량들도 굴러가야 한다. AS부품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회사의 자동차 부품라인 생산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부품을 확대 생산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며 "그래서 이런 제조업 생태계가 더욱 중요하다. 많은 고객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자 도생하기엔 힘든 상황이라 제조 플랫폼들이 제조업체들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에게 '에이팀벤처스같은 제조플랫폼이 부품사들과의 상생과 그들의 성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현재 우리 파트너사는 1700곳 정도 된다"며 "앞으로 10만~20만개까지 등록시킬 계획이다. 그 안에 있는 공장들끼리 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카파가 함께 할 수 있다. 또 이들을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에이팀벤처스는 커뮤니케이션 툴인 카파 커넥트를 한국어,영어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는 "현재 비교 견적이 메인이지만 앞으로는 모든 제조업체들을 찾을 수 있게 파트너로 등록시킬 생각"이라며 "비교 견적에 이어 검색모델까지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안심결제 서비스 출시도 검토 중이다.
고산 대표에게 인수위 참여 소감에 대해서도 들었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쪽에 10년 이상 있었기 때문에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아닌 경제2분과로 갔던 거 같다"며 "너무 좋은 기회였고, 현장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정부에) 잘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이 많은 중기벤처, 산업부, 뿌리산업과 관련된 정책들을 같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기존 정책들도 들여다보니 고민과 흔적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고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선 기술기반 창업을 위한 지원이 많을 거라고 봤다.
그는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국가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어느 정부라도 신경 써야 한다"며 "지금까지 잘 쌓아왔으니 다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는 B2C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들을 많이 만들었다"며 "이제는 기술기반 창업을 해서 글로벌 시장을 타킷으로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선) 그런 기업들을 지원하는 펀드도 많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획기적으로 마련될 것"이라며 "기술 기반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지원 규모를 늘리고 시기도 길게 가져가고 핵심 딥테크 지원이 확대된다"고 했다.
딥테크는 공학, 과학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첨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인수위에서는 유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인수위에서도 산업 제조분야 후방에 관심을 갖고 일했던 이유는 우리는 제조업 국가이고 우리 경제의 근간이 제조업이기 때문"이라며 "창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의 자산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야 할지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76년생인 고산 대표는 서울대 수학과, 서울대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 대표는 지난 2006년 진행된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과 러시아에서 진행된 우주인 훈련에 참여해 2만여명 지원자들 중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다. 이후 고 대표의 훈련 교재 반출 문제로 러시아가 항의해, 한국인 첫 우주인은 이소연씨로 변경됐다.
이후 2011년 한국에서 창업컨설팅 비영리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2014년까지 대표를 지냈다.2013년 스타트업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2020년부터 제조업 연결 플랫폼 카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부터 두달간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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