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은정, 쇼핑몰 CEO '오소리' 역 맡아
"2개월만 다시 일일극…데뷔하는 마음"
상대역 김진엽은 동갑내기 친구
리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후 모델 활동
"일상 물들이는 배우 되고파"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사랑의 꽈배기'는 저를 어른스럽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그룹 '티아라' 멤버 겸 배우 함은정(34)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저녁일일극 '사랑의 꽈배기'를 통해 한층 더 성장했다. 어떤 작품이든 배울 점이 있지만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면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었다. 연인, 부모, 자식,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좀 더 다각도로 자신을 생각하며 연기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사랑의 꽈배기'는 거짓말 때문에 사랑과 인생이 총체적으로 꼬여버린 가족들의 이야기다. 휴먼, 멜로, 코믹 장르가 모두 녹아 있다. 함은정은 온라인 쇼핑몰 '꽈배기' CEO '오소리'로 분했다. 부잣집 딸이지만 승부근성 있고 생활력 강하다. 일도 사랑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지만 부모 세대의 악연으로 사랑하는 연인 '박하루'(김진엽)와 헤어졌다. 그럼에도 소신을 가지고 씩씩하게 삶을 이어갔다. 결국 5년 후 악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복수하고 박하루와 재회했다.
KBS 1TV 저녁일일극 '속아도 꿈결' 종영 후 2개월 만에 '사랑의 꽈배기'로 다시 시청자들을 만났다. 실제 준비 기간은 2~3주뿐이었다. 촬영 기간이 긴 일일극에 연달아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긴 호흡으로 멜로와 가족극을 아우르는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연기하며 '다시 데뷔했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워낙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부담됐지만 시청자들과 함께 상황을 헤쳐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인 일일극 시작과 다른 점을 소리로 꼽았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주려고 엄마 몰래 김치통을 낑낑거리며 들고 가지만 아닌 척하고, 쇼핑몰 창업을 위해 멋대로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 초반에는 사랑스러운 고집쟁이 캐릭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극 중 5년이 흐른 뒤에는 꽈배기처럼 꼬인 운명에 엄마, 아내, 대표라는 키워드가 추가됐다.
"사람이 어떤 고난을 겪거나 다른 상황에 놓이면 어딘가 달라지잖아요. 소리가 어른스럽고 성숙해지는 내면을 탐구했어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하루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그 감정을 상황에 따라 숨기고 외면하고 다시 마주하고 또 받아들여요. 처음에는 하루와 연인이었지만 5년 뒤에는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해요. 두 사람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애틋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청자들이 늘어났어요."
방영 중 쇼핑몰 책임자 소리의 스타일링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캐릭터의 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함은정은 "처음 쇼핑몰을 열 때는 정말 꽈배기 쇼핑몰에서 파는 옷을 입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일리룩 아이템을 입고 머리도 아주 길게 붙였다. 쇼핑몰 창업과 동대문 사입 과정도 자세하게 조사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화장품 회사 대표가 되면서부터는 머리도 성숙해 보이게 자르고 비즈니스 우먼이 됐어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바뀌었죠. 옷을 통해서도 오소리의 감정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황과 감정에 따라 색깔과 스타일을 고심했죠. 옷보다 캐릭터가 빛날 수 있게요. 스타일리스트,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분들의 노고가 무척 커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연인 관계로 호흡을 맞춘 김진엽은 동갑내기 친구다. 스터디 그룹을 꾸린 것처럼 자주 모여 편하게 이야기 나눴다. 함께 대본을 읽고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연구했다. "보는 분들은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저희끼리는 손짓이나 눈빛이 머무르는 시간까지 상황에 맞게 조절했다. 또래 배우들이 서로 생각을 존중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배우로서, 또 친구로서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사랑의 꽈배기'는 휴먼 가족극으로 시작했지만 불륜, 혼외자, 폭력, 사기 등 갈수록 막장 요소가 부각됐다. 후반부는 복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자극적인 전개나 설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그는 "시놉시스에 막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느끼는 드라마'라는 문장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생긴 사명감일까. 내가 할 일은 어떤 상황 전개보다 인물의 감정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다.
"주어진 상황을 현실처럼 믿고 저만의 타당성을 마음속에서 새로 만들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캐릭터가 느꼈을 감정을 믿고 집중했어요. 함께 몰입한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있어 든든했어요. 또 극 전개에 따라 시청자들이 주는 피드백은 저의 큰 동력이었어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많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사랑의 꽈배기'는 방영 기간 내내 10% 중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일일극 고정 시청층이 있지만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함은정은 작품이 사랑받은 이유를 그동안 저녁일일극과 '다른 색'으로 꼽았다. "초반에는 코믹하지만 슬픈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였다. 이후에는 할 말 다 하고 살던 당찬 여주인공이 희생을 자처하는 이야기다. 인생을 사랑하고 용서해가는 따뜻한 드라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뜨끈한 국수 같다"고 평했다.
황신혜, 윤다훈, 심혜진, 오영실, 유태웅, 박혜진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오랜 기간 함께 촬영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윤다훈 선배님은 성실함이 1등이다. 대본 리딩할 때도 가장 먼저 와 있고, 상대의 대사나 상황도 머릿속에 다 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든든한 리더였다"고 했다. "황신혜 선배님은 악역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심혜진 선배님은 제가 연기 중심을 잡을 때 도움을 줬어요. 선배님 눈을 보고 있으면 연기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어느새 안정적으로 그 상황에 녹아들었어요. 오영실 선배님은 리딩 때도 긴 대사를 보지 않고 실제 촬영처럼 연기했어요. 유태웅 선배님은 저에게 주인공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우리가 서포트하고 받쳐줄 거라고 말해줬어요. 덕분에 주체적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공부가 많이 됐어요. 박혜진 선배님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일일극은 시청 연령층이 높은 만큼 중장년층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는 "우연히 만나는 어른들이 소리라고 부르면서 저를 걱정하고 다독여줬다. 코끝이 찡하고 힘이 나더라. 실제 일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더 책임감을 느꼈다"며 털어놨다. "촬영을 위해 웨딩드레스 숍에 갔을 때도 실장님이 '어머 소리 드디어 결혼하는구나!'라고 했다. JTBC 예능물 '유명가수전'에 출연했을 때도 김현정 선배님이 애청자라고 해줬다"며 기뻐했다.
소리와는 닮은 듯 차이가 있다. 할 말은 하는 모습은 꽤 비슷하지만 5년 뒤 엄마가 된 소리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는 실제와 다르다. "힘든 상황을 겪어도 주체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해요. 말하는 걸 좋아해서 소리처럼 인내심 있게 참고 기다려주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 지점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에요."
MBC NET 예능물 '어쩌다 마주친 시즌3'에서도 활약 중이다. 그룹 '라붐' 출신 율희와 놀러 다니는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다. "율희 씨는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에너지가 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착한 느낌이다. 동생이지만 세 아이의 엄마라 어른스럽고 똑똑하고 센스 있다. 첫 촬영 때 이전에도 호흡을 계속 맞춰 왔던 것처럼 좋았다"고 했다.
1995년 리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로 데뷔해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반올림'(1995) '영웅시대'(2004) '토지'(2004) '프라하의 연인'(2005) '궁'(2006) '왕과 나'(2008), 영화 '아롱이의 대탐험'(1999) '마들렌'(2002) '아이스케키'(2005) '고사: 피의 중간고사'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2009년부터는 그룹 '티아라' 활동과 연기를 병행했다.
드라마 '커피하우스'(2010) '근초고왕'(2010~2011) '인수대비'(2011) '드림 하이'(2011) '끝없는 사랑'(2014) '오늘부터 사랑해'(2015) '별별 며느리'(2017) '러블리 호러블리'(2018) '속아도 꿈결'(2021),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실종2'(2017) 등에 출연했다. 최근 KBS 2TV 월화극 '붉은 단심'에 '중전 윤씨'로 특별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나서는 걸 좋아하는 꼬마였어요. '리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現 무궁화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이후 모델로 데뷔했어요. 런웨이에 설 때 모두가 저를 주목했어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밌어서 꾸준히 했어요. 고되고 힘들어도 즐거웠어요. 드라마를 볼 때만큼은 시청자들의 일상을 완연하게 물들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이 웃고 웃을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요. 극의 감정을 온전히 전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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