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생아 질병 검사는 9개 질병 뿐
다른 나라 59개 등과 비교했을때 부족
신기술 도입 추진… 200개 질병 검사 가능
전문가들 "윤리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영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질병을 놓친 바람에 한 아이가 첫돌을 맞이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영국 정부는 지난해 신생아 검사에 신기술을 도입할 것을 예고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찬반도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출생 시 약 200가지의 질병 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신기술을 포함한 의료 연구에 50억 파운드(약 7조9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진행하는 혈액검사와 달리 신기술은 질병 표지를 찾기 위해 신생아의 전체 DNA 검사를 실시한다. 이 신기술은 신생아 검사에 혁명을 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발표를 위해 캠페인을 벌였던 부부의 인생을 바꾼 사건은 지난 2016년 일어났다.
약 6년 전 2월23일 제임스는 약 3.8㎏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부모는 아이를 자주 안아주며 사랑을 표현했다.
하지만 두 달 후 그 포옹이 아들의 몸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임스는 복합면역결핍증(SCID)이라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실상 면역체계가 없이 태어났고 아주 가벼운 감기도 그에겐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제임스가 이를 진단받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아이는 첫 돌을 5일 앞두고 사망했다.
아이의 엄마인 수지(38)는 "제임스가 곧바로 진단받지 않아 아이의 상태를 모르는 많은 사람과 접촉했고 아이는 망가져 갔다. 일반 아이들에겐 무해한 것들이 제임스에겐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태어나자마자 SCID를 진단받았다면 제임스는 골수 이식이 준비될 때까지 병원에 격리될 수 있었고 건강한 면역 체계를 얻을 수 있었다. 진단 검사 비용은 약 2.5파운드(약 4000원)였다.
부부는 간단한 검사만 받았으면 아이의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괴로워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영국 노리치에서 농부로 살던 부부는 의사들과 함께 신생아 검진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영국 신생아 검사 NHS는 생후 5일 후 행해지며 혈액검사를 통해 적혈구 빈혈증 등 9가지 유전 질병 상태를 검사한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최대 59개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검사다. SCID 또한 15개 국가에서는 검사 대상이지만 영국 검사 프로그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영국에서 매년 SCID를 가지고 태어나는 약 20명의 아기들 중 절반 가까이는 손을 쓸 수 없을때가 돼서야 진단을 받는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소아 면역학 명예교수인 바비 가스파 교수는 "간단한 검사로 제임스를 포함한 많은 아이가 현재 검사하지 않는 유전적 질환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이를 시행하지 않는 건 환자 가족들에게 기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범 연구가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며 연구 결과가 성공적이더라도 이 기술이 NHS에 출시되기까지는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게다가 영국의 유전학 전문가들은 신기술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 도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신기술로 얻은 과한 정보가 당사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으며 질병들을 우생학적 관점에서 다루게 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을 들은 제임스의 부모는 "잘못된 방식이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아이가 죽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주장한다.
제임스의 부모는 "비극은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다른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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