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되면 자본유출?...과거 사례 살펴보니

기사등록 2022/05/09 16:26:39 최종수정 2022/05/09 17:28:40

한미금리 역전 2018~2019년 등 역대 세차례

2018년 9~12월, 2006년 5~7월 순유출

"자본유출 방어 역할 원화 약세 우려"

[서울=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5%로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9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이 지난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연 1.5%)와 미국(연 0.75~1.00%)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으로 기존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번 달 2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미 연준이 예고한 것 처럼 6~7월 두차례 더 '빅스텝'을 밟을 경우 7월에는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콜금리 목표제를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19년 10월  3차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기간 모두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 됐지만, 월별로 따져보면 순유출됐던 때도 적지 않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가장 최근 시점인 2018년 3월~2019년 10월 국내 증권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420억5300만 달러 순 유입됐다. 증권 자금은 19억64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채권 자금은 440억1800만 달러 순 유입됐다. 이 기간에도 모두 순유입이 됐던 것은 아니고 15개월은 순유입 됐으나 5개월은 순유출됐다. 특히 2018년 9월~12월 4개월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권투자자금이 73억4000만 달러 순 유출됐다. 주식과 채권에서 각각 61억6300만 달러, 11억7700만 달러 순유출됐다. 

1999년 6월~2001년 2월에는 외국인 전체 증권투자 자금이 175억87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이 가운데 증권이 207억9500만 달러 순유입, 채권이 32억7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이 기간 한미 금리 역전폭이 1.5%포인트로 역대 가장 컸던 2000년 5월에는 9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특히 채권 자금이 16억93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증권 자금은 7억8600만 달러 순유입됐다.

2005년 8월~2007년 8월에도 전체 증권투자자금은 233억52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증권 자금이 257억3100만 달러 순유출 됐고, 채권자금은 490억8400만 달러 순유입됐다. 2006년 5~7월에는 증권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7억800만 달러 순유출 됐다. 증권에서 110억9300만 달러 순유출됐고 채권에서는 40억1300만 달러 순유입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보다 국내 기준금리가 낮아졌던 때는 모두 26차례로 이 사례 중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던 경우는 2차례에 불과하다.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가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최근의 경우 과거와는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원화가 강세 였지만 최근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수지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3원 오른 1274.0원에 마감하면서 2020년 3월 23일(1282.5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역수지 악화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 폭도 축소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64억2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내면서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이 16억4000만 달러나 축소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더 높아진다고 해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환율이나 경상수지 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과거 사례를 봐도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될 때는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고, 그 반대의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 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2019년 한미 금리 역전 당시에는 환율이 어느 정도 방어 역할을 해 줬지만 이번에는 원화 약세가 크고 경상수지도 악화되고 있어 수출이 늘어 경상 적자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등 과거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원화 약세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고, 유독 원화만 약세라고 보기는 어려워 크게 우려할 상환은 아니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본유출입, 환율 등은 금리차 뿐 아니라 기초 경제여건, 외건전성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받는다"며 "국내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유럽, 남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자본유출에 대한 영향이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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