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활편의시설 접근조차 어려워
"교육받고 일해서 자립할 수 있기를"
현금성 지원, 지역 편차 커 이중차별
8일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게 공기처럼 당연한 권리가 장애인에게도 당연해지도록' 교육과 이동권,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의 자유를 요구한다. 직접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현금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할 것이 '접근성'이다. 어떤 시설이든 들어가서 이용할 수 있어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2008년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차별이라 규정한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뒤 각종 소송을 통해 '정당한 편의제공'의 범위를 넓혀왔다. 지난한 법적 공방 끝에 지방자치단체 체육시설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탈의실과 샤워실이 설치됐고, 중증장애인이 토익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됐고, 수학능력시험에 점자정보단말기가 도입됐다.
그러나 장애계는 대부분의 생활편의시설은 여전히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체 등록장애인 중 이동을 위해 외부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81만명에 달하는데도 이들이 방문할 수 있는 편의점이 전국에 830개, 서울에 115개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만3975개 중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의무설치된 곳은 830개(1.8%)에 불과하다. 나머지 편의점은 바닥 면적이 법에서 규정한 300㎡ 미만이라는 이유로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4월11일 이후 신축, 증축, 개축된 직영 편의점은 경사로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편의점업계는 직영점은 물론 가맹점 대부분이 임차 매장이라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해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전국 모든 건물과 편의시설에 경사로 같은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면 건물주와 자영업자의 큰 반발에 부딪힌다"며 "소상공인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외협력실장은 편의시설 의무화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정부를 향해 "지금껏 장애인이 차별받아 왔던 것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차별했냐""며 "정당한 편의 제공의 기준은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라고 일갈했다.
윤진철 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거 유지, 활동 지원, 일자리 같은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며 "직접 일해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게 최고의 복지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기반을 마련하기 보다 바우처(이용권) 중심으로 복지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이라는 이중차별도 존재한다. 윤 조직국장은 "바우처 사업은 이용자가 있어야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농어촌은 이용자가 없어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며 "도서 벽지에는 이용단가를 높이거나 거점형태 기관을 만드는 등 지원 방식을 달리 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고 '시간당 얼마'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주거 유지와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따로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기 정부 국정과제 중 장애인 정책 첫 번째는 '개인예산제 도입'이다. 장애인 1인상 일정 금액의 예산을 지급하고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현금성 지원책이다.
이용자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민간 서비스 제공기관이 참여하면서 질이 떨어지거나 전체 예산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바우처 제도와의 통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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