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우연대 "피비린내 나는 전투 계속…시신 수습 기회 달라"
우크라, 제철소 진입 러 병력 격퇴 주장…러, 병력 투입 부인
유엔·적십자 호송대, 2차 대피 위해 아조우스탈 제철소행
[워싱턴·서울=뉴시스]김난영 특파원, 김지은 기자 = 러시아의 침공 71일째를 맞은 5일(현지시간)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 최후 항전지 아조우스탈에서는 여전히 혈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항복을 요구했다.
CNN과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대피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조우스탈 내 군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두고 항복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그간 고립과 식량난 등을 겪은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곳이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점령한 후 지난 며칠 아조우스탈을 상대로 폭격을 벌였다. 현재 민간인 약 200명이 아조우스탈에 군인들과 함께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아조우연대 부사령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중대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계속된다"라며 "러시아는 다시금 휴전 약속을 위반하고 포격을 피해 공장 지하에 숨은 민간인 대피를 수용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할 기회를 달라. 그래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들 영웅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아조우스탈 공장에 남은 정확한 민간인 수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자국군이 제철소로 진입한 러시아 병력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반면 크렘린궁은 자국군의 아조우스탈 투입을 부인했다. 앞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서는 지난 1일부터 민간인 100여 명이 1차 대피했었다.
이날 도네츠크 군 당국은 아조우스탈에서 2차 대피가 시작됐다고 CNN에 전했다. 아울러 CNN에 따르면 마틴 그리피츠 유엔 우크라이나 특사는 오는 6일 오전까지 도착을 목표로 유엔·적십자 대피 호송대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군이 9일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맞아 사실상 장악한 마리우폴에서 열병식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WP는 해당 보도를 통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극장을 포함한 도시 중심지에서 잔해나 시신, 무기 등을 서둘러 치우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 당국도 러시아군이 퍼레이드에 대비해 극장 등 도심에서 잔해를 계속 철거하고 있다며 현지 주민도 동원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만행은 계속 전해지고 있다. CNN은 하르키우 인근에서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대피시키던 15세 자원봉사자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농가로부터 농장 설비와 수확 곡물을 훔치고 있다는 보도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서부에서는 이바노프란키우스크에서 시 당국이 러시아 폭격을 우려, 오는 주말 집결을 자제하고 도시를 떠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전승절을 앞두고 러시아의 공세가 강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익명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 정보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장군을 표적 사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로 장거리 무기 제공 방안 등을 논의했다. 존슨 총리는 전쟁 범죄 증거 수집 지원도 제안했다고 한다. 이날 미국 법무부는 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범죄 조사에 관한 법무장관 대화를 진행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날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3280명, 부상 3451명 등 총 6731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집계한 우크라이나발 난민 수는 57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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