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앨범]싸이·임영웅·르세라핌·김범룡

기사등록 2022/05/08 09:05:33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싸이 '싸다9', 임영웅 '아임 히어로', 르세라핌 '피어리스', 김범룡 '인생길' 커버. 2022.05.08. (사진 = 피네이션, 물고기뮤직, 쏘스뮤직, 똘배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번 주(5월 2~6일(4월29일 포함))는 굵직한 가수들의 새 앨범 발매가 풍성했다. 키워드는 국제적으로도 주목 받는 협업, 밀리언셀러의 탄생, 신인 걸그룹 열풍으로 축약 가능하다.

▲싸이 정규 9집 '싸다구(9)'(4월29일 발매)

싸이는 자신의 음악적 클리셰를 변주하며 반복한다. 자신만의 인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협업으로 매번 유연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5년 만에 발매한 이번 정규 9집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함께 만든 타이틀곡 '댓댓'엔 슈가의 펀치라인이 살아 있다. 지코가 협업한 '셀럽'엔 지코의 화사한 리듬이 존재한다. 22년차 가수가 이처럼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후배들과 유연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임영웅 정규 1집 '아임 히어로'(5월2일 발매)

'미스터 트롯'의 스타 임영웅이 데뷔 6년 만에 발매하는 첫 정규 앨범. 스타성에 가려져 있던 그의 담백한 보컬을 만끽할 수 있다. 이적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물론 두왑 풍의 '손이 참 곱던 그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앨범 크레디트를 보면, 임영웅과 물고기뮤직이 다양한 장르를 채집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 니브(NIve)이자 153줌바스뮤직그룹 소속 작곡가인 박지수가 작사·작곡한 '사랑해 진짜'가 보기다. 박지수는 엑소 첸, 흰(박혜원), 슈퍼주니어 려욱 등의 감성 발라드를 만들어왔는데 임영웅의 산뜻한 목소리에도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음악적 야심을 부리기보다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들로 편안하다. '사랑역'(박용진), '보금자리'(박상철), '사랑해요 그대를'(설운도), '인생찬가'(윤명선) 역시 마찬가지다. 앨범은 벌써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르세라핌 미니 1집 '피어리스'(5월2일 발매)

그룹의 가치 지향점이나 뮤직비디오, 그리고 앨범 콘셉트가 아직 유기적으로 얽히지 않는 건 사실이다.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에서 파생한 팀 이름의 심상화를 위해 가져온 '레이싱' 이미지가 그렇다. 하지만 동명 타이틀곡을 비롯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 앨범 트랙들은 세련됐다. 특히 안정된 기량을 갖춘 멤버들의 무대 퍼포먼스와 곡이 만나니 근사함을 발휘한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에서 내는 첫 걸그룹에서 기대할 수 있는 파격을 택하기보다, 여러 방면에서 균형 감각을 택한 건 하이브가 평형기(平衡器)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이틀치 판매량이 누적 24만여장을 기록하며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발매일부터 일주일 동안 판매량) 신기록을 썼다.

▲김범룡 정규 9집 '인생길'(5월2일 발매)

'바람바람바람'의 김범룡이 무려 19년 만에 낸 정규 앨범. 진국의 싱어송라이터 김범룡다움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더블 타이틀곡 '인생길'과 '당신과 나'의 각각 첫 노랫말과 리듬이 차지게 달라 붙는다. '인생길'의 "울퉁불퉁 시골길 구불구불 고갯길"이라는 노랫말의 도입부는 80~9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그루브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당신은 열쇠 나는 자물쇠 / 내 마음을 열어준"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당신과 나'의 직관성은 어떤가. 최근 대중음악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명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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