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프랑스 메츠, '아리랑'~'캉캉'까지 앙코르 축제[이 공연Pick]

기사등록 2022/05/06 15:04:52
[서울=뉴시스]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2022.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객석의 쏟아지는 박수에 바이올린을 다시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슬피 우는 듯 느린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이윽고 익숙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가 들려준 첫 앙코르 곡은 백고산(1930-1997)의 '아리랑' 변주곡이었다. 북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혔던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은 민족의 슬픔을 처절한 선율에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프랑스 메츠 아스날홀에서의 협연을 시작으로 5개 도시의 한국 투어를 끝맺는 날, 양인모는 관객들에게 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춰온 프랑스 메츠 단원들에게 한국 정서가 담긴 이 음악을 선물했다.

올해 첫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인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반가운 단비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후 6개월여 만이었다.
[서울=뉴시스]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2022.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월 한국의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 선임된 다비트 라일란트가 2018년부터 이끌고 있는 메츠 오케스트라는 프랑스의 12개 국립 오케스트라 중 가장 젊은 악단이다. "프랑스적 오리지널 사운드"를 내세운 이들은 19세기 프랑스 작곡가의 곡들로 무대를 채웠고, 물 흐르듯 부드럽고 편안한 선율을 선사했다.

프랑스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서곡이 그 문을 열었다. 주인공인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코믹오페라로, 밝고 활기찬 선율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경쾌하면서도 극적인 선율은 후반부에 더 힘차게 울려 퍼지며 오케스트라를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서울=뉴시스]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프랑스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베르네가 협연하고 있다.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2022.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명의 협연자로 눈길을 끈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생상스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프랑스 대표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베르네와 생상스의 교향곡 3번을 함께했다. 당초 생상스 서거 100주년인 지난해 공연을 추진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지만, "지극히 프랑스적이고 고전적인 생상스의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과 교감하고 싶었다"고 라일란트는 밝혔다.

생상스의 협주곡 3번은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도입부터 깊은 인상을 안긴 양인모의 바이올린은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루며 감성적이고 풍성한 선율을 들려줬다. 애처로우면서 장엄한 1악장으로 시작해 잔잔하면서 서정적인 2악장을 지나, 비장한 3악장에서 꽃피웠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함께 강렬하고 역동적인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서울=뉴시스]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2022.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교향곡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은 오르간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웅장한 피날레로 마침표를 찍었다. 오르간 연주자로도 활동했던 생상스의 창작의 절정으로 꼽히는 곡으로, 일명 '오르간 교향곡'으로 불린다.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올리비에 베르네의 오르간 소리에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관악기와 현악기의 어울림이 돋보였고, 후반부에 행진하듯 힘차고 장대한 소리로 뻗어나갔다.

라일란트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도 빛났다. 무대를 즐기는 그만의 밝은 에너지로 공연장의 공기를 하나로 만들었다. 춤추는 듯한 몸짓으로 기운차게 지휘하고, 또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이끌며 선율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 공연을 마친 후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협연자에게 따뜻한 미소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앙코르 곡은 정반대 느낌의 두 곡을 선사했다. 사티/드뷔시의 '짐노페디 1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 안았고,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오 중 '캉캉'으로 축제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밝고 흥겨운 '캉캉' 음악에 맞춰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고, 라일란트는 손짓으로 객석을 지휘했다. 뜨거운 열기에 '캉캉'은 한 번 더 앙코르됐고, 열렬한 박수와 환호에 라일란트는 마지막엔 손을 살짝 흔들며 끝을 알려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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