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 의장이 쥐고 있다"…녹취록 속 로비 의심 정황

기사등록 2022/05/02 17:52:11 최종수정 2022/05/02 19:12:43

정영학 녹취록 법정서 연일 증거조사

녹취록에서 전방위 로비한 정황 나와

최윤길 성남시의장·강한구 시의원 등

"유동규가 '성남시장' 설득하겠다 해"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정영학 회계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2.05.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의 핵심 증거로 분류되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속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들이 공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 5명의 2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와 관련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총 30시간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날도 녹취록을 재생해 증거로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녹취록 속에는 김씨 등이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이 등장했다. 김씨 측은 거짓말이거나 내용이 없는 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발언을 토대로 '대장동팀'이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검찰이 재생한 녹음파일 중에는 김씨와 정 회계사가 2012년 3월9일 통화한 내용이 있다. 김씨는 이 통화에서 "한구형(강한구 당시 성남시의원)은 형(발언자인 김씨)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한다.

검찰은 이 발언을 '김씨가 강 당시 시의원에 대한 로비를 담당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하고 있다. 강 당시 시의원은 2012년까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에 유보적이었지만, 2012년 3월28일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 회계사는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를 사셔야 한다. 주든 안 주든 알아서 하겠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 나중에 그쪽에서 문제 생기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녹음됐다.

대화 중에는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장에게 돈을 건넨 것을 암시하는 말도 있었다. 같은 통화 녹음에서 김씨는 "이제 대장동 키는 의장님(최 당시 의장)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2013년 3월20일 남욱 변호사는 정 회계사의 통화에서 "도와주셔야 될 것 같다. 의장님께서 역할 해주셔야 될 것 같다 정도로"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그 정도만 해드리면(되겠나)"라고 답했다.

또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회본부장과 공사 설립 전부터 사업을 공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있다. 정 회계사는 2013년 3월9일 김씨와 통화하면서 "유동규만 꼬시면 된다. 유동규를 시켜서 (땅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또 2013년 3월20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통화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다른 통화에서 "대장동 사업은 거의 유 전 본부장 사업이 됐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유 본부장'을 유 전 본부장으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도 '유 본부장'으로 불릴 수 있으며 특정인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고문)으로 추정되는 '시장'도 등장한다. 남 변호사는 2013년 4월17일 정 회계사와 통화하면서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을 설득할 수 있고 무조건 수용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 등의 27차 공판기일은 오는 3일 진행된다. 재판부는 3일에도 녹취록 증거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씨 등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성남도개공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부당하게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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