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커에 현역 장교 포섭되고 월북 못 잡아도 경징계[국방부 총체적 난국①]

기사등록 2022/04/30 09:00:00 최종수정 2022/04/30 09:22:44

현역 장교, 비트코인 대가로 간첩 활동

월북자 못잡은 군인들에 경징계 뒷말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집무실 준비를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사진은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청사의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2.04.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현역 장교가 북한 해커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월북자를 붙잡지 못한 군 간부들은 경징계에 그치는 등 국방 안보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북한 해커 지령을 받아 군사기밀을 유출한 현역 장교 A대위를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 등 혐의로 수사해 지난 15일 국방부 검찰단에 송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28일 A대위를 구속 기소했다.

현역 장교가 북한 해커에게 온라인으로 포섭돼 간첩 활동을 벌이다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대위는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 해커 지령을 받고 올 1월 2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한국군 합동 지휘 통제 체계(KJCCS)'의 접속 화면 등을 촬영해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군 합동 지휘 통제 체계는 전시 군사 작전 등 기밀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구축된 통신망으로 평시에는 훈련 중 군사 정보 등을 주고받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북한의 주요 해킹 표적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한국군 합동 지휘 통제 체계가 해킹되면 유사 시 한국군 전력 위치, 규모, 작전 현황 등이 유출될 수 있다.

북한이 군사 기밀을 빼내기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군의 경각심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북자를 막지 못한 군인들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군 전반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육군은 지난 19일 22사단 월북 사건 후속 조치 일환으로 합참 전비태세 검열 조사 결과에 따라 군단장은 엄중 경고 조치를, 사단장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여단장(대령)과 대대장(중령) 등 간부 5명은 견책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사법상 군 간부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상 중징계), 감봉, 근신, 견책(이상 경징계) 등이다.

앞서 탈북민 B씨는 2020년 11월3일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가 올해 1월1일 고성군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 철책 감시카메라 저장 장치에 설정된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4분 가량 빨라 A씨 월책 사실 확인이 늦어졌다. 해당 부대는 비무장지대에서 A씨 위치를 포착하고도 A씨의 교란 행위에 속아 병력을 늦게 투입했다.

이처럼 경징계가 내려지자 군 일각에서는 육군이 간부들만 경징계 처리하고 장병 등에게 경계 실패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군이 국군 통수권자 지시까지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라며 "현장 조사에서 드러난 경계 태세, 조치, 경계 시스템 운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이 현 정부 임기 말 상황을 활용해 면피성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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