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수자 괴롭힘 심했던 트위터
콘텐츠 순화정책 축소, 폐지하면
현실 세계 폭력·차별도 증가시켜
이용자 줄어 수익성도 악화할 것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은 트위터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언론자유를 최대한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머스크가 언론자유와 괴롭힘을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필자는 뉴욕옵서버의 여성 편집국장 엘리자베스 스피어스다.
얼마전 트위터의 콘텐츠 순화정책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자 머스크의 친구인 페이팔사 케이트 라보이스가 전화를 걸어 바보같은 소리라고 했다. 그런 비난은 괴롭힘 축에도 들지 못한다.
강간 위협도 당했고 내 가족을 해치겠다는 익명의 편지도 있었다. 임신중절을 지지하고 스타트업 기업에 취업하려면 제임스 본드처럼 돼야 한다고 비판하는 나는 온갖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공격당했다. 구체적 표현은 글로 쓰기 어려워 생략한다.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글조차 심한 공격을 받는다. 노동통계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글처럼 말이다.
여성이나 소수자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때마다 트위터와 기타 매체에서 흔히 겪는 일들이다. 나보다 훨씬 심하게 공격당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의 트위터 콘텐트 순화 방식은 이런 것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걸러내려고 시도는 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특정 발언, 특히 희롱을 금지하는 서비스 정책에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허위정보도 금지한다. 이런 방식은 머스크처럼 힘이 센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백인은 인터넷상 강간 위협을 당하는 일이 훨씬 적고 현실에서도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적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언론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시민을 검열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조의 언론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머스크는 거의 모든 발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건 기업이 이용자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을 허용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꼴이다. 또 언론자유를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건 그 자체로 검열이며 어떤 경우라도 증오 발언, 희롱, 허위정보보다 검열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증오발언을 규제하는 정책을 없애면 여성과 소수자는 머스크같은 백인 남성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머스크와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협이나 희롱을 당해도 스스로를 지킬 여력이 없다. 트위터의 정책은 이미 광범위한 남용을 허용하고 있다. 모욕과 희롱 사이의 회색지대에 속하는 것들이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발언이 어떤 것인가? 머지않아 엉터리 인종차별론, 여성이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주장, 반유대주의 , 백인 우월주의 옹호, 성전환자에 대한 언급 등이 범람하게 될 것이다. 현재 금지된 발언들의 강도가 훨씬 심해질 것이다. 코미디언 마이클 체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서 말한 대로 440억달러짜리 거래가 "백인 남성들이 얼마나 흑인 비하 표현을 쓰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지 모른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규제 정책을 풀어야 사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더 가관이다. 지금도 트위터 이용자는 남성이 많다. 트위터가 수익을 늘리려면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을 여성과 소수자에 적대적으로 만들면 확장이 될 수 있을까. 보수적 백인만이 가치있는 이용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트위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플랫폼일수록 이용자 기반이 확대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왔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폐쇄된 뒤 트위터를 이용하는 성인이 21%나 증가했다. 그가 다시 트위터를 사용하게 된다면 트럼프 축출 이후 늘어난 신규 이용자의 상당수가 떠날 것이다.
머스크는 돈을 벌려고 트위터를 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그는 오랜 숙원인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트위터는 주로 광고수입에 의존한다. 내 경험으로는 광고주들은 도발적 콘텐트에 자신들의 광고가 따라붙는 건 원치 않는다. 매일 쏟아지는 정치 뉴스조차 선호되지 않는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증오발언과 허위 정부의 구렁텅이로 만든다면 광고주들의 반발을 사게될 것이다.
도덕적 문제도 있다. 희롱과 허위정보를 더 많이 허용하면 실제 공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카논의 전신인 2016년의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진 끝에 워싱턴에서 AR-15 소총을 든 남성이 피자가게를 공격한 적이 있다. 증오범죄가 온라인상에 널리 퍼진 탓에 다른 사람을 해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음모론에 빠져 공격행동에 나서는 사람도 쉽게 늘어난다. 증오발언과 허위정보를 규제하지 않는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기분을 해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이런 점을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 있다.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말을 꺼낸 지 몇 주만에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그의 발언이 계속 달라져 왔고 앞 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많다. 온라인 떠보기를 즐겨온 머스크가 농담처럼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트윗했는데 시장이 사실로 받아 들였고 머스크 자신도 실제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이 그렇게 벌어진 것이다. 일은 저질렀지만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할 수도 있다. 트위터 인수로 테슬라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머스크가 기존의 4개 회사(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 컴패니) 이외에 추가로 다른 회사를 떠맡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주들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정교한 콘텐트 순화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건 어려운 작업이다. 트위터는 몇 년 동안이나 이리저리 시도해온 끝에 불충분하나마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의 이용자 약관이 충분하진 않지만 머스크가 일부 또는 전부를 해체해버리면 그 자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여성과 소수자를 공격하는 무기로서 트위터가 그 자신에게도 적대적일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트위터가 이용자를 늘리지 못하면 트위터는 그에 대한 최대의 공격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