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 332㎞ 물길과 지역자원 연계
생활공간 바꾸고 경제활성화, 균형발전
도림천·정릉천·홍제천 등 4개 시범사업
올 여름 홍제폭포에 '노천카페' 만든다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지천 르네상스' 사업이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라는 새 이름으로 본격화된다. 서울 곳곳에 자리한 하천·실개천 주변에서 피크닉을 하거나 공연,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물길 옆 노천카페'도 생겨난다.
오 시장은 28일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시범사업지 4곳 중 하나인 홍제천 인공폭포 현장에서 기자 설명회를 갖고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을 통해 서울 곳곳에 수(水)세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는 서울 전역에 흐르는 332㎞의 실개천과 소하천 등 수변을 중심으로 도시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다. '서울비전 2030'에서 미래감성도시 전략의 핵심과제로 제시됐다.
기존 '지천'이라는 다소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사업 명칭 대신 '수변'과 '감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름을 바꿨다. 서울의 물길을 따라 시민의 삶에 문화와 감성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도심 내 하천은 도로나 제방 등으로 단절돼있거나, 공간 활용이 이뤄지더라도 녹지와 체육 공간 으로만 구성되는 등 획일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시는 단순 하천 정비가 아니라 수변에서 문화, 경제, 일상휴식 등 다양한 야외활동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바꿔 시민 누구나 수변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약 100억원을 투입해 시범사업, 규제완화, 수자원 활용계획 등 3가지 우선 과제를 추진한다. 2차례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한 632건에 대한 정비를 병행한다. 악취나 위험을 유발하는 시급대상 447개소에 대해서는 5월까지 완료하고, 전문가 검토와 추가 예산이 필요한 185개소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정비를 마친다.
시는 도림천과 정릉천, 홍제천 상·중류 등 4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연내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내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중랑천, 안양천 등 5개소에 시범사업지보다 규모가 큰 권역 단위의 '공공친수지구'를 조성하고, 소하천 등 동네 하천에는 수변테라스와 카페 등 '수변활력지점' 30개소를 만든다.
오 시장이 이날 찾은 홍제천 인공폭포에는 '1호 수변 노천카페'를 조성한다. 해당 구역을 '수변특례구역'으로 지정하고, 서대문구와 협업을 통해 유럽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변 테라스 카페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시범사업지보다 먼저 이번 여름 시민들에게 우선 선보인다.
홍제천은 수변 암반 경관과 지역 역사자원인 '홍지문.탕춘대성'을 연계해 감성적인 야경을 연출해내고,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명소화한다. 보행로와 교각 등을 정비해 접근성을 높이고 휴식 포인트와 야간 조명 등을 다양하게 설치한다.
도림천은 도로 재구조화와 데크 설치 등을 통해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수변 테라스와 쉼터를 조성한다. 현재 도림천은 주차장이나 차량통행 용도로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새 공간이 만들어지면 인근에 위치한 신원시장, 순대타운 등 지역 먹거리 상권에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사와 피크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릉천은 하천 상부에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복개 구조물을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지금은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전체 50%도 안 되는 공간만 사용되고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시설물이다.
시는 도심 속 문화캔버스를 콘셉트로 상부는 생활·액션 스포츠, 휴식. 교류가 가능한 액티비티존과 힐링·커뮤니티존으로, 하부는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디지털 감성존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지역예술가들과 협업해 창의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심이 얕고 말라있는 하천을 회복하기 위해 '수자원 활용계획' 수립에도 나선다. 서울시내 하천은 대부분 건천으로 평균 수심이 10㎝ 정도다. 시는 하수재처리수나 지하공간 개발시 나오는 유출 지하수를 도시 물자원으로 적극 활용해 약 30㎝ 정도의 수심과 양호한 수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타당성 용역과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내년 하반기 완료할 예정이다.
경관 개선을 위해 하수방류구 등 하천변 물관리시설에 대한 새로운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연말까지 마련한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하천을 따라 총 2733개의 다양한 하천 방류시설들이 기능 위주로 설치돼 경관을 저해하고 폐수가 배출되는 것으로 오인을 받기도 했다. 시는 시민 친화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이용도가 높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변 500m~1㎞ 안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사업이 시행될 경우 일상 속으로 물길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도시계획 지침도 신설한다. 하천구역 내에 다양한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천법·건축법 등 관련 법 개정도 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비전 2030부터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까지 빼놓지 않고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수변과 감성"이라며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는 수변을 구심점으로 서울 전역을 매력적인 수세권으로 재편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일상 여건을 제공하고, 25개 자치구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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