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일감 몰아주기·계열사 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
전체 자산 중에 고객 예치금 5조8120억 달해
하락장에 투자금 회수하면 자산도 함께 줄어
업권법 제정 따라 금융·보험업 분류 가능성도
[세종=뉴시스] 이승재 옥성구 기자 =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기업 경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일부에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전부터 규제의 틀 안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 가치 하락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공정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가상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두나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예치금을 고객들이 회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돈벼락' 맞아 대기업 된 두나무…규제도 강해진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두나무는 오는 5월 말까지 주식소유 현황, 내부거래 현황, 지배구조 현황 등의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해당 자료를 검토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 대상 여부를 파악하게 된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을 감시하기 위해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해오고 있다. 5조원 이상인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두나무의 경우 자사가 소유한 현금·코인에 고객 예치금 5조8120억원을 더해 자산총액이 10조8225억원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넘어 곧장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내부 거래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긴다. 또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두나무의 동일인(총수)을 송치형 회장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송 회장의 지분율은 25.7%다. 김형년 부회장(13.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14명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40.8%까지 늘어난다.
다른 주요 주주에는 카카오(10.9%), 우리기술투자(7.4%), 한화투자증권(6.0%), 하이브(2.5%) 등이 있다.
나아가 가공자본 형성을 방지하기 위한 계열사 간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 금지 의무 등도 지켜야 한다. 계열사끼리 채무보증을 서주는 것도 안 된다.
현재 두나무의 계열사는 14곳이다. 여기에는 두나무투자일임, 두나무앤파트너스, 드림트리혁신성장제1호사모투자합작회사 등 3곳의 금융·보험사가 포함된다.
이외에 비금융·보험사인 오즈나라컴퍼니, 코드박스, 퓨쳐위즈, 이지스네트웍스, 이지스제30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 두나무글로벌, 르, 바이버, 오토매닉스, 람다254 등도 이름을 올렸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두나무는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순환출자가 없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더라도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 해당 기업에는 '재벌 기업'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아직 가상자산 거래 관련 법이 없어 고객 자산 건전성 확보는 부족하다"며 "12개 이상 법률이 발의된 상황이고, 이전까지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공시 제도를 통해 정보가 공개되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인 가격·업권법 제정에 '대기업 지정' 변동 가능성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업체의 자산총액에 고객 자산을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통상 금융·보험사의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결정할 때 총 금융자산에서 고객 자산은 제외한다. 이에 공정위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업체도 이같은 예외 사례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왔다.
결국 공정위는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인 만큼 고객 자산을 총액에서 제외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고객 예치금을 자산에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한국회계기준원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고객 예치금은 두나무의 통제 하에 있고 그로부터 나오는 경제적 효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경우 두나무가 갖는 경제적 효익이 없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자산총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반면 두나무와 함께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던 '빗썸코리아'는 고객의 코인을 합친 예수금은 11조원이 넘지만, 이를 제외하고 고객 예치금을 포함한 자산총액이 3조9000억원 규모여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 후 두나무 측은 "두나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두나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됐지만 추후 코인 가격이 하락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이 제정되는 등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우선 두나무가 소유한 코인은 5200억여원 정도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코인 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거래가 둔화되면 고객들이 돈을 회수해 현재 5조8120억원인 고객 예치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현재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업권에 대한 법이 존재하지 않아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업체인 두나무는 '기타 정보서비스업'으로 분류됐지만, 추후 업권법이 제정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기준이 달라지면 대기업집단 지정도 바뀔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업이 금융보험업으로 분류가 된다면 당연히 공정자산 개념에 따라서 고객 예치금은 제외된다"며 "다만 두나무가 비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면 미래에셋의 경우처럼 여전히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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