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된 농심, 오너2세 계열분리 나설까

기사등록 2022/04/28 08:50:00 최종수정 2022/04/28 11:54:43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농심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앞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농심그룹 신동원 회장 외에 동생인 신동윤 부회장과 신동익 부회장 등 농심 오너 2세 3형제들이 계열분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심은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기 전에 승계 작업을 끝낸 상태로 3형제 간 경영권 다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맏아들인 신동원 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할 당시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농심홀딩스 지분 36.38%를 확보했다. 이후 42.92%까지 지분율을 늘리며 농심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고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보유하고 있고, 3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은 보유하지 않않다.

농심그룹이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내부거래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면 첫째 아들인 신동원 회장이 농심을 맡고,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은 전자소재와 포장재 사업을 맡는 율촌화학을,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각각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다.

◆농심, 24개 계열사와의 거래내용 의무 공개
농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유투바이오 등 상장사 4개와 비상장사 21개, 해외법인 19개 등 총 4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중 농심그룹의 소속 회사수를 24개로 보고 있다. 비금융 회사 22개, 금융회사 2개다. 이에 따라 농심그룹은 이들 24개 계열사 간에 내부거래를 실시할 때 거래내용과 거래금액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심과 계열사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주목 받고 있다. 실제 율촌화학의 경우 지난해 농심과 1773억원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는 율촌화학의 지난해 전체 매출(5387억원) 중 32.9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태경농산도 지난해 전체 매출액 4133억원 대비 51.68%에 해당하는 2136억원을 농심과 거래했다.

이외에 농심그룹은 비상장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도 매출액 대비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농심그룹은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 시 부당한 혜택을 주지 않아 향후 거래내용과 금액을 공개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분리 추진은 '스왑딜' 방식 유력
농심이 24개 계열사간 거래내역을 공개할 경우 비상장 계열사들의 경영 현황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감시는 물론 계열사 관리 및 운영에 민감한 수치까지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심그룹 3형제가 올해 계열사 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계열 분리의 사전 단계인 신동원 농심 회장 취임이 이미 마무리 됐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위한 본 단계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농심그룹 계열분리의 핵심은 율촌화학에 있다. 일종의 '스왑딜'(교환거래)로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 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신동윤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처분하는 대가로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면 된다. 신동윤 부회장은 고(故) 신춘호 회장으로부터 율촌화학 지분 5.86%를 증여 받기도 했다.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보유 지분을 신동윤 부회장이 확보하면 율촌화학은 사실상 신동윤 부회장 체제가 된다.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메가마트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신동익 부회장은 현재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하고 있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 계열사 중 지분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열분리 작업이 쉬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동익 부회장이 이끌 수 있는 또 다른 계열사 엔디에스의 계열분리 여부도 주목된다.  엔디에스를 계열분리 하려면 먼저 오너 3형제간 지분 교환이 선행돼야 한다. 엔디에스 최대주주는 53.97% 지분을 보유한 메가마트지만 신동원 회장 15.24%, 신동윤 부회장 11.7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모델로 독자생존 추진 가능성
농심그룹의 궁극적인 계열분리 모델은 LG그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인회·허만정 공동 창업주가 일군 LG그룹은 2004년 허씨 일가를 중심으로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로 각각 나눈 바 있다.

계열 분리 후 GS그룹은 독자 생존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켰고, 희성그룹과 LF(구 LG패션), 아워홈, LIG그룹, LS그룹, GS그룹, LX그룹 등이 LG그룹에서 각각 독립했다.

농심그룹 3형제가 계열분리 작업을 마무리 진행할 경우 신동원 회장은 농심홀딩스와 농심을,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을,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각각 맡을 수 있다.

단 계열분리가 이뤄지더라도 농심그룹과 거래는 지속할 수 있고, 오너 3형제들은 각기 다른 회사를 맡아 성장시키며 일감 몰아 주기 논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그룹은 그동안 오너 일가 내부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내부거래 정보까지 공개하는 상황에 놓이면 계열분리를 서두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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