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비토권 남용 제한' 결의안 채택

기사등록 2022/04/27 07:33:42 최종수정 2022/04/27 08:57:42

미국·영국·프랑스 등 100여개국이 결의안 공동후원

러·중 후원 안해…브라질·인도는 어느 쪽도 미포함

[뉴욕=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에서의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과 관련해 러시아의 전쟁 범죄 혐의를 거듭 주장하며 재판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2022.04.06.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비토권) 남용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AFP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193개 회원국은 26일(현지시간) 열린 총회에서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제안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정당성에 관한 결의안을 합의로 채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사는 "이번 조치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이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킬 때 그 거부권에 대해 더 높은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에 포함돼 있다 보니 '셀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 채택이 불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은 이달 초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결의안은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택할 수 없게 된다.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덜 사용할지, 아니면 더 많이 사용할지는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경쟁상대가 그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정당화시키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고 논쟁적인 부분을 안건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처음 제안한 이 결의안은 거부권 행사 후 10영업일 이내에 총회를 소집해 거부권 행사 상황에 대한 토론을 벌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회는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이 논의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회의 석상에 앉혀놓고 다른 나라들의 의견을 듣게 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거의 100개국이 이번 결의안을 공동 후원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일본과 독일도 포함됐다. 일본과 독일은 잠재적으로 확대된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후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두 나라 중 한 나라의 외교관은 결의안이 유엔을 더욱 분열시킬 것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AFP통신이 입수한 공동 후원자 명단에는 브라질과 인도는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리히텐슈타인의 크리스티안 베나웨서 대사는 "이번 조치는 새로운 절차를 만들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리가 러시아의 거부권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가운데 제안 논의가 부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점에서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가 지난 20년 동안 거부권을 남용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나웨서 대사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유엔의 역할을 촉진하고, 다자주의를 촉진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에 관한 안보리에 참석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에선 1946년 이후 총 295번의 거부권이 행사됐다. 당시 소련 연방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이래 러시아는 143번을 사용했다. 미국은 86회, 영국은 30회, 중국과 프랑스는 각 18회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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