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3' 부배, 진짜 사랑 만난 백마 탄 왕자

기사등록 2022/05/02 06:00:00
[서울=뉴시스] 배우 부배. 2022.04.29. (사진=스케치이앤엠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배우 부배(38)는 백마 탄 왕자다. 적어도 임성한(피비) 작가의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 세계관에서는 그렇다. 그가 연기한 '서동마'는 오만하지만 솔직하고 자신감 넘친다. 훤칠한 외모로 기선을 제압하고 재벌가 배경은 후광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사피영'(박주미)에게는 하늘이 내린 복이다. 시즌1, 2에 비해 확 늘어난 분량이다. 시즌3의 남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였다. 전보다 연기가 편해졌고,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할 자신감도 생겼다.

"임성한 작가님이 저를 보자마자 '같이 합시다'라고 했어요. 제 이미지가 동마와 잘 맞아서 캐스팅된 것 같아요. 작가님이 동마가 작게 흘러가는 역할은 아니라고 귀띔해줬어요. 시즌1, 2에서는 분량이 많지 않아 시즌3을 기대했어요. 4회까지 대본이 나왔을 때는 이전 시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6회부터 완전히 달라졌죠. 저한테는 폭탄이 터진 거나 다름없었어요."

동마는 피영의 비명에 강렬한 끌림을 느껴 두 번째 만남에 청혼했다. 그가 5살 연상 이혼녀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피영에게 연애와 결혼을 설득하는 6회 레스토랑신은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남편에게 이미 한번 배신당한 피영은 동마의 청혼을 단칼에 거절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코스 요리를 먹으며 끈질기게 마음을 표현한다. 한 달간 독일 출장이 예정돼 있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두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었다. 궤변인 듯 아닌 듯 현학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동마의 화법에 결국 피영은 함락된다.

"대본 받고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그런 대사량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거든요. 촬영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하루에 10번 넘게 총 300번 정도 연습했어요. 집에서 레스토랑처럼 음식을 다 차려놓고 행동까지 시뮬레이션했어요. 제 연기 인생에 이토록 많은 대사 장면이 또 있을까요. 길거나 어려운 신일수록 준비를 많이 해서 NG는 거의 안 났어요. 대본에 이 대사를 할 때 '스테이크를 썬다' '한입 먹는다' '컵을 잡는다'는 지시가 다 적혀 있어요. 순서를 항상 기억해야 했어요. 그래도 주미 선배가 많이 배려해줘서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임성한 작가 특유의 문어체 말투와 대사톤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말의 앞뒤를 바꾸는데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야 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연습했다. 배우들은 애드리브를 하지 않고 대본 그대로 연기한다. 모든 것이 디테일하게 적혀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람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 겉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피영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피영이 자꾸 자신을 밀어내니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의도였다.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일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와닿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배우 부배. 2022.04.29. (사진=(주)지담 미디어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동마는 잘 알지 못하는 피영에게 대뜸 청혼부터 한다. 심지어 '남가빈'(임혜영)과 결혼 준비 중이었다. 그의 감정선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청자 반응도 있었다. 부배는 동마의 저돌적인 행동 이유를 '진짜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차갑고 감정이 없던 동마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 피영을 만나면서 점점 변해가요. 웃는 모습, 스윗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사실 동마는 피영을 골프장에서 처음 보고 오랜 시간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명을 듣고 난 뒤 불쑥불쑥 피영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극 중 형 '서반'을 연기한 문성호와는 친형제처럼 지냈다. "성호 형과는 정말 편한 사이다. 첫 촬영도 형과 함께했다. 연기하기 전에 상의도 자주 한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무척 잘해줬다. 스태프들한테 저를 일일이 다 소개해주고 함께 인사해줬다. 작품에서는 과묵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정말 재밌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상의 탈의 장면이 자주 등장한 만큼 부배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보기 좋은 것과 별개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는 "운동은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해서 힘들지 않았다. 탈의신이 있으면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데 3, 4개월 내내 하니 예민해졌다. 닭가슴살, 현미밥, 고구마, 샐러드가 주식이었다. 너무 자주 벗으면 보는 시청자들도 질릴까 봐 걱정했다. 그래도 다들 멋지다고 해줘서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작품이다. 1회 6.3%(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9회 9.2%까지 올랐다. 주1회 방송 전까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화제성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OTT콘텐츠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TV 프로그램 부문 한국 톱10에 꾸준히 들었다. 부배 역시 출연 전후 인지도와 인기 차이를 실감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10년 넘게 연락하지 않은 사람도 잘 보고 있다고 연락 왔어요. 예전에는 밖에 나가도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알아보는 것 같아요. SNS 팔로워는 2만 명 정도 늘었어요. 해외 시청자들도 많은지 외국어 댓글도 많이 달려요.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브라질, 남미에서도 보는 게 신기해요. 사인 요청도 많고 식당에 가도 알아봐요. 그런데 작품 속 헤어스타일이 아니면 잘 모르더라고요. 동마 이미지가 정말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미국에서 워싱턴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녔다. 전공은 연기와 거리가 멀어도 배우의 꿈은 확고했다. 휴학 중이지만 지금 일이 좋아 졸업하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다. 미국에서 모델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넘어왔다. 정식 연기 데뷔는 2012년 MBC TV '아들 녀석들'이다. 이후 드라마 '뻐꾸기 둥지'(2014) '워킹 맘 육아 대디'(2016) '돌아온 복단지'(2017) '비밀과 거짓말'(2018~2019) '앨리스'(2020) 영화 '고백'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으며 내공을 쌓았다.

마지막으로 부배는 "이병헌 선배처럼 장르 가리지 않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천천히 한 단계씩 잘 올라왔다. 너무 급하지 않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차근차근 성장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e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