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발표 직전 '김오수 발언' 도마 위
"국회·여론 원치 않는 권력수사 안 해야"
검사들 "국회 상황 정말 모르고 있었나"
박병석과 면담과정서 들었을 가능성 有
듣고도 조치 않았다면 검찰반발 커질듯
김오수 "국회의장 면담 때 언급 없었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검찰 수사권 단계적으로 폐지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한 검찰 내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국면에서 두 차례나 사표를 낸 김 총장이지만 그의 행동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김 총장의 일부 발언을 두고 국회의 중재안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만약 김 총장이 국회와 사전교감이 있었는데도 모른 체했다면,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 논란에 이어 조직 구성원들에게 크게 실망을 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김 총장 측은 "국회의장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에 관해 듣지 못했으며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며 해명을 내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17일에 이어 22일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처음 사표를 낼 때와 달리 김 총장은 두 번째 사의 표명에선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진다"는 말만 남겼다. 이후 곧바로 대검찰청 청사를 빠져나갔으며 취재진과 만나지도 않았다.
그가 사직서를 내기 직전 검찰 내부에선 김 총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김 총장이 아침 출근길에서 "국민, 국회, 여론이 원하지 않는 권력수사는 안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게 화근이었다.
정희도(56·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것이냐. 국민이 원치 않는 권력수사가 어떤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민은 도대체 어떤 국민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의 본질은 민수완박, 즉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수사권 완전박탈"이라며 "총장님의 발언은 누가 봐도 민수완박에 동조하는 발언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제발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김 총장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1시간여 만에 "권력수사는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나오자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박영진(48·31기) 의정부지검 중경단 부장검사는 김 총장의 발언과 중재안 간 유사성을 짚으며 의심의 시선을 던졌다.
그는 "처음에는 그 의미가 개별 사건에 대한 언급인 줄로만 알았다"면서 "그런데 중재안의 내용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2대 범죄로만 대폭 축소하고 보완수사권도 제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이라고 했다.
이어 "총장께서 얘기한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를 안 한다'는 것은 결국 검찰 수사권 박탈이 맞습니까? 아닙니까"라며 "그간 외쳤던 검수완박의 위헌성은 거짓말입니까. 국회의 상황을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답변해 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지난 21일 오후 박 의장을 만나 40여분 동안 면담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의장으로부터 중재안에 관해 미리 듣고선 '권력수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도 중재안에 대한 내용을 몰랐나', '박 의장과의 면담에서 대화가 오간 것이 없나'라는 질의에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도 "박 의장과 김 총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 자리에 배석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총장 측도 이날 "국회 중재안에 대해 정말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선 보도자료로 배포한 개선안에 대한 보고만 이뤄졌고 중재안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중재안의 내용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만일 김 총장이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재안을 박 의장으로부터 미리 듣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검찰 구성원의 질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 총장은 대검 대변인의 휴대전화 압수 과정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발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대검 대변인으로부터 업무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했다.
김 총장은 휴대전화 압수가 이뤄진 뒤에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었는데, 검찰 내부에선 보고를 받은 시점에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찰부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감찰의 개시 사실과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총장은 감찰부장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중단을 지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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