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고요함 속에서 배운다. 그래야 폭풍우가 닥쳤을 때도 기억한다.
폭풍 같았던 그림이었다. '숲 그림'은 미술시장 대박주였다. 2007년, 그야말로 BTS 노래처럼 '불타오르네'였다. '싹 다 불태워라 싹 다 불태워라~'...'숲 그림'은 이전 그림들을 싹 다 불태울 것 처럼 화려하게 등장했다. 주인공은 대구에서 올라온 젊은 화가 도성욱이었다. 2006~2007년 없어서 못 팔았다. 그림에 눈 뜬 사람들은 매혹됐다. '숲'은 도성욱이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 숙소, 포스코, 해태제과, 삼성 거제호텔, 대전 검찰청, 대구은행, 기업 CEO사무실, 호텔, 리조트 등에 걸리며 승승장구했다. 숲 하나를 들인 것 같은 그림은 불티가 났다. 주문이 밀려 대기표를 받아야했다. 붓질로 툭툭 쳐나간 사진 같은 그림. 어쩌면 옛날 '이발소 그림' 풍이지만 결이 달랐다. 극사실적인 손맛을 무기로 빚어낸 '빛과 어둠'은 ‘승자의 DNA’였다.
'숲 그림'은 '빛의 테라피'를 선사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한 그림처럼 도성욱의 삶도 희비가 교차했다. 죽도록 그린 그림이었다. 화가였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난과 싸웠다. 결핍은 운명을 역전시켰다. 밥 숟가락 하나 줄여야겠다는 심정으로 해병대 입대했는데, 결국 운명과 만났다. 해병대 역대 전투장면을 그리게 되면서 결국 화가가 됐다.시원하게 펼쳐진 소나무 숲, 잔잔한 바다 풍경, 실재와 허구가 혼재하는 풍경은 그가 살고자 했던 진심이 녹아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열정이 만든 재능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미술 시장에서 사라졌다. 교통사고가 나면서다. 스포츠카를 타던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스타작가로 뜨거울 때인 15년 전 도성욱은 이렇게 말했다. "인기 작가? 훌륭한 작가? 그보다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말 처럼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 지켜보는 애호가들이 있다. 고독한 나무가 더 강하게 자란다,
'불안의 폭풍우 속에 있는 당신을 구원할 책'이 있다.
2022년 1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러자 스웨덴 전역에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60세 일기를 끝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다.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모든 재산을 나눠줬다. 이후 태국 밀림의 엄격한 계율에 따르는 숲속 사원에 귀의 했다. ‘지혜가 자라는 사람’이라는 뜻의 법명 ‘나티코’가 되어 17년간의 수행 생활을 시작했다.
마음속 소음들을 잠재우고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얻은 것은 그 소리를 없앨 수도 없으며, 그때까지 ‘나’라고 믿었던 것은 이런저런 잡다하고 충동적인 생각들의 조합일 뿐이란 깨달음이었다.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 받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매 순간에 몰두하며, 가장 깊은 친절을 베풀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갔다.
그가 추구한 빛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로 남았다. 2020년 스웨덴 30만 독자가 열광했다. “평생 침대 맡에 두고 살아갈 책", "모든 페이지에 줄을 그은 책”이라고 극찬했다.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이라는 부제로 한국에도 출간됐다. 이 책을 천천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해가 따뜻하게 내리쬐는 오후처럼, 혹은 그윽한 한 잔의 차처럼 음미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글이 당신 안에서 무엇을 부르는지 알아차리길 바란다. 우리의 매사 서두르는 세계에서 자꾸만 잊게 되는 그 고요한 존재를 느껴보기 바란다. 책을 남긴 그처럼 절로 인사가 나온다.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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