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0개 대기업, 인건비 12.8% 뛸 때 고용은 0.2% 상승
인건비 가장 높아진 곳 '삼성전자'…1년새 2.6조원 늘어
임직원 평균 보수 최고 '메리츠증권'…1인당 2억490만원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 지난해 25곳…1년새 12곳 증가
임원 연봉 4억원대 진입…일반 직원도 9000만원대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2019~2021년 3개년 인건비, 고용, 평균 연봉 비교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20곳 대기업의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숫자는 77만662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77만9365명보다는 2700명 이상 적지만 2020년 77만5310명보다는 1300명 넘게 많아진 인원이다. 2020년 대비 2021년 고용 증가율은 0.2%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반면 120개 대기업에서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2019년 64조3282억원에서 2020년 66조2873억원으로 3%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고용은 0.5% 하락했는데도 인건비는 상승했다.
지난해 총 인건비는 74조7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나 껑충 뛰었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은 8조4847억원 이상 많아졌다. 이는 산술적으로 연봉 1억원을 8만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인건비 규모다.
1년 새 인건비가 8조원 넘게 많아졌지만 실제 고용 일자리는 1400명도 늘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중 2020년 대비 2021년에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99곳,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64곳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120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2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되레 증가했다.
◆삼성전자, 인건비 증가 1위…2위 SK하이닉스·3위 현대차
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임직원 급여 총액은 2020년 13조1676억원에서 2021년 15조8450억원으로 높아졌다. 1년 새 급여 총액 2조6773억원(20.3%)이 늘어났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도 최근 1년 새 인건비를 5000억원 넘게 늘렸다. SK하이닉스 7024억원(2조6354억원→3조3379억원), 현대자동차 5893억원(6조2978억원→6조8872억원) 이상 인건비로 지출된 비용이 커졌다.
인건비는 큰 폭으로 늘린 반면 고용은 소폭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 수준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임직원 개인 급여로 보면 120개 회사 임직원의 2019년 당시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2020년에는 8549만원으로 전년보다 3.6% 상향됐다. 2019년과 2020년에 8000만원대 수준이던 연봉은 작년에는 9628만원으로 9000만원대에 진입했다. 1인당 평균 연간 급여는 12.6%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금액으로 치면 평균 1078만원 정도씩 지갑이 두둑해졌다.
임직원 평균 보수가 최고 수준을 보인 곳은 금융업종에 포함되는 '메리츠증권'으로 지난해 기준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490만원이었다.
이어 카카오 1억7200만원, SK텔레콤 1억6229만원, NH투자증권 1억5808만원, 삼성전자 1억4464만원, 미래에셋증권 1억4449만원, 네이버 1억2915만원, 삼성화재 1억2679만원, 삼성SDS 1억1900만원, 삼성생명 1억1561만원 등이 상위 톱10에 포함됐다. 상위 톱10 중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 4곳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오른 곳은 120곳 중 100곳이나 됐다. 이중 52곳은 연봉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특히 HMM은 2020년 대비 2021년 임직원 평균 급여 상승률이 67.1%로 조사 대상 기업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HMM의 2020년 당시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246만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1억437만원으로 연봉 1억 클럽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임원-일반 직원 급여 격차, 4.5배 수준
임직원을 임원(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두 집단 간 급여 격차는 최근 1년 새 다소나마 좁혀졌다.
2020년 기준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3억9914만원, 일반 직원은 8368만원으로 임원과 일반 직원 간 급여는 4.8배 정도 벌어졌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임원 4억1986만원, 일반 직원 9350만원으로 4.5배 격차 수준을 보였다. 임원 평균 급여가 1년 새 1인당 5.2%(2072만원) 오를 때 일반 직원은 12.6%(1045만원) 정도로 더 많이 상승하다 보니 임원과 일반 직원 간 보수 격차 간격이 다소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2곳으로 전년보다 2곳 늘었다. 이중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1억1192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원을 상회했다. 전년도 9억4619만원보다 2억원 넘게 임원 급여가 두둑해졌다.
이어 삼성전자 7억9000만원, 이마트 7억700만원, CJ제일제당 6억4570만원, 엔씨소프트 6억3261만원, SK하이닉스 6억1477만원, LG생활건강 5억4265만원, SK텔레콤 5억2951만원, 현대자동차 5억2877만원, LG유플러스 5억2200만원 순으로 임원 급여 톱10에 포함됐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작년 기준 19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7곳, 2020년 8곳과 비교하면 10곳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5에는 메리츠증권 1억7912만원, 카카오 1억7171만원, SK텔레콤 1억5579만원, NH투자증권 1억5324억원, 삼성전자 1억3923만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일반 직원의 평균 연간 급여가 억대 클럽에 새로 입성한 곳도 11곳이나 됐다. 여기에는 삼성화재(9684만→1억2423만원), 삼성SDS(9753만→1억1710만원), 네이버(9494만→1억1278만원), SK하이닉스(9066만→1억1252만원), 삼성전기(8645만→1억881만원), 삼성물산(9512만→1억740만원), 포스코홀딩스(9606만→1억721만원), 금호석유화학(9483만→1억435만원), HMM(6143만→1억329만원), 롯데케미칼(8571만→1억271만원), 기아(9054만→1억21만원) 등이 포함됐다.
각 업종을 대표하는 매출 상위 톱10 기업 중 지난해 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전자 업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포함된 전자 업종에 속하는 대기업의 미등기임원 1인당 급여액이 6억667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증권, 보험, 은행 업체 등이 포함된 금융 업종이 4억1380억원으로 높았다. 이외 정보통신(4억1280만원), 무역상사(3억8084만원), 석유화학(3억4009만원), 철강(3억857만원), 건설(2억7447만원), 자동차(2억6838만원), 식품(2억5857만원), 제약(2억3294만원), 운수(2억181만원), 기계(1억8290만원) 순으로 임원 평균 연봉이 높았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보수 순위는 다소 달랐다. 1위는 전자 업종으로 임원 급여 순위와 동일했다. 이 업종에서 재직하는 대기업 직원은 작년 기준 평균 1억152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금융(1억1404만원)과 정보통신(1억609만원) 업종도 연봉 1억 클럽에 포함됐다.
연봉 7000만~8000만원대 그룹에는 철강(8514만원), 석유화학(8484만원), 자동차(8297만원), 기계(7579만원), 건설(7145만원), 제약(7023만원) 등이 속했다. 반면 운수(6994만원), 무역상사(6894만원), 식품(5463만원) 등은 타업종 대비 일반 직원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소기업 연봉, 대기업 증가 속도 못따라가…대비책 절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고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임금 협상과 회사 수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내부 직원의 임금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이 대기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가 인재 유탈 등 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은 주요 12개 업종별 매출 톱10에 포함되는 총 120개 대기업이다. 조사는 최근 3개년 사업보고서를 참고했다. 조사와 관련된 임원은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 기준이고, 일반 직원은 임원을 뺀 부장급 이하 기준이다.
일반 직원의 평균 급여(연봉) 등은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전체 임직원(임원+일반 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 및 직원 수에서 임원을 따로 제외해 별도 계산했다. 임직원 수는 휴직자 등을 제외하고 급여 산정에 필요한 인원수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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