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낮추려고 만든 '로닌 네트워크' 해킹당해
검증 노드 9개에 불과…보안 취약성 지적 이어져
개발사 "해킹 피해 만회에만 최소 2년 시간 필요"
"로닌 네트워크 보안 추가 중…이달 거래 재개"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지난해 플레이투언(Play-to Earn·P2E) 게임 열풍을 일으킨 엑시인피니티의 토큰 가격이 반년 만에 7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조정기가 이어진 데다 7000억원이 넘는 가상자산이 유출되는 최악의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게임 내 기축 토큰인 엑시인피니티(AXS)의 가격도 곤두박질친 것이다.
19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엑시인피니티(AXS)는 지난해 11월7일 토큰 1개당 18만9464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5만6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 고점 대비 70%가량 하락한 것이다.
엑시인피니티는 NFT(대체불가능 토큰) 기반 P2E 게임이다. 게임 내 NFT 아이템인 '엑시'라는 나만의 몬스터들을 육성하고 전투를 벌이며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하루 활성화 이용자 수만 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끈 게임이다. 다른 P2E 게임에 비해 높은 수익성, 많은 사용자 수, 운영진의 꼼꼼한 게임 관리 등으로 사실상 P2E라는 장르를 대중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을 겪고도 6일 만에 이를 알아차리며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엑시인피니티의 개발사 스카이마비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엑시 내 사이드체인인 로닌 네트워크가 해킹당하며 6억1500만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익플로러 이더스캔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 23일 두 번에 걸쳐 17만3600이더리움(약 7144억원)과 2550만USDC(약 308억원)을 탈취했다. 개발사 측이 해킹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무려 6일의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스카이마비스는 이번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만회하려면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이다.
해킹사건으로 가격이 하락하던 엑시인피티니는 차기작 출시 소식으로 반짝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겪었다. 해킹 사건으로 드러난 로닌 네트워크의 취약성 때문이다.
엑시인피니티의 거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높은 수수료가 단점이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카이마비스는 지난 2월 거래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춘 '로닌'이라는 이더리움 기반의 하위 네트워크인 '로닌 네트워크'를 출시했다.
암호화폐 거래 시 생성되는 블록은 거래 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검증인(노드)들이 해당 거래를 살펴보고 과반수가 동의해야만 거래가 체결되는 블록이 생성되며 거래가 통과된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1만5000개 이상의 검증인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따라서 해커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해킹하기 위해서는 8000개에 가까운 검증인들을 해킹해야 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로닌 네트워크의 검증인은 9개에 그친다. 5개의 검증인만 해킹해도 세계 1위의 P2E 게임의 네트워크를 조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임 개발사 측은 "향후에 있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닌 브릿지에 보안 조치를 추가하고 있다"며 "이달 안으로 거래를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엑시인피니티의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커집단을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미국 재무부는 엑시 인피니티의 해킹에 북한 연계 해커 조직인 라자루스(Lazarus)가 연루됐다고 보고 이 단체와 연결된 가상자산 이더리움의 지갑 주소를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