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평야지대 우크라 동부 지역 전투 지금까지와 다르다

기사등록 2022/04/17 18:47:26 최종수정 2022/04/17 18:54:42

우크라 북부 철수 러군 4만명 우크라 동부 이동중

러시아군 본토에서 직접 대규모 기갑부태 투입 가능

서방 우크라군에 장거리 중화기 등 집중 지원

전선 이동 적은 대규모 포격전 몇개월 이어질 전망

[키슬리우카=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키슬리우카 인근 도로에서 러시아 군용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2022.04.14.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대거 철수한 가운데, 향후 주요 전선은 우크라이나 동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부 지역의 개방된 평원 지대의 활용·대처 수준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주목하는 이유와 향후 이 지역 전투상황의 전망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측은 지난 7주동안 수도 키이우와 그 교외지역 등 인구밀도가 높은 북부지역에서 주로 전투를 벌여왔고, 이 지역 전투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났다. 러시아군은 현재 북부 지역에서 철수한 상태다.

대신 러시아는 동부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이번 달 30개였던 동부지역 대대전술단 숫자를 40개로 늘렸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철수한 4만명의 병력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재편성, 재무장, 재보급한 뒤 앞으로 몆 주 내 우크라이나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발발 전까지 3만명 수준이었으나 북부의 러시아군을 물리친 부대를 이 지역에 투입해 증원해왔다. 이 지역 전투에는 장거리 대포와 다연장로켓 등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며 병력 수송과 대포 견인을 위한 장갑이 강화된 차량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서방은 이들 무기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S-300 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지원했으며 미국은 155mm 곡사포와 4만발의 포탄, 200대의 장갑 병력 수송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쪽 돈바스 지역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 양국 간 분쟁이 이어져 오던 곳이다. 돈바스 지역에서는 2014년부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크고 작은 대립이 이어져 왔다.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도 있었다. 전쟁 이전까지 어느 쪽도 우위를 확실히 점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숨을 곳 없이 널리 펼쳐진 동부 평야 지대 지형이 앞으로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 육군 예비역 중장 벤 호지스는 "인명피해가 많은 재래식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러시아군이 특정 지역을 사수하는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 소련 시대 개발된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152mm 아카시아 자주포, 240mm 튤립 박격포, 122mm 카네이션 곡사포 등 기이하게도 꽃이름이 붙은 무기들이지만 축구장만한 면적에 파편을 흩뿌릴 수 있는 무기들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2014년 돈바스 지역 전투에 참전했던 우크라이나의 막심 피노긴 씨는 "이 지역은 숨을 곳이 없다"며 "전투기와 드론으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하는 포격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포병전을 벌이며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려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2014년 참전 경험이 있는 다른 병사는 "측면으로 군대를 접근시킨 상태에서 포위된 상대방을 집중 공격한다"며 "5일 동안 계속된 포위공격을 받을 당시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얕은 참호에 누워 귀를 막고 입을 벌린 채 로켓포의 압력파를 견뎌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가 포격의 중요성에 주목해 부대의 기동성을 높이고 장거리 무기를 보완해 왔다"고 덧붙였다.

북부 지역 전투와 달리 러시아 국경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짐에 따라 러시아군의 기갑부대가 신속히 투입되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절대적인 전력에서는 러시아가 앞선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지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참호를 파고 위치를 고수하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동하는 개활지를 이동해 노출돼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는 것이다.

또 30명 단위의 소대 단위로 편성돼 이동하는 우크라이나군이나 대대 단위로 이동하는 러시아군 부대보다 기동성이 높기 때문에 평원을 이동하는데 따른 위험이 작다. 또 이 지역 지리에 밝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 지뢰를 매설할 수도 있고, 교차로를 이동하는 러시아군을 공격하기도 쉽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에서 트로스티아네츠를 탈환했을 때, 포병부대가 마을에 배치된 러시아포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해 탱크와 보병이 반격할 수 있도록 한 적도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군당국자는 "몇 주 동안 전선이 교착상태로 거의 변화가 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며 "몇 개월에 걸쳐 전투 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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