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정운영, 나아가 인사권 일부 확보 요구
합당 과정에서의 '실리', 공동정부만큼 중요했을 듯
安측 "尹·安이 하나?…갈등 '진정' 정도가 현실이다"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내각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하루 만에 잠행을 끝내고 돌아왔다.
안 위원장은 15일 아침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 출근을 하며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지만 다시 국민들께 실망을 끼쳐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인수위 업무에 복귀하면서도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수준'이었다고 뒤끝을 남긴 것이다. 여기엔 안 위원장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어 보인다. 윤 당선인이 향후 차관급 인사나 공공기관 인사에서 안 위원장의 인사권을 보장해주고 합당 과정에서도 최고위원 2명 배정과 당직자 고용 승계 등을 수용해 줄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가 말한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수준의 일이란 것은 분명하다. 안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이 내각에서 빠진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어제 발표된 인사 명단은 사전에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허울 뿐인 위원장이었다는 불만이다.
그럼에도 안 위원장이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 어떤 요구를 했고 어떤 목표를 위해 다시 업무를 시작한 걸까.
첫 번째는 국정운영 과정에서의 안 위원장의 의사 반영, 나아가 인사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요구로 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과학, 벤처, 보건복지 등 안 위원장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조금 더 자세히 조언을 구하고 말씀을 참고하기로 했다"며 "후속 인선에 대해서도 이런 부분이 반영돼 더 좋은 인재를 국민께 선 보일 것"이라고 했다.
과학, 벤처, 보건복지 등 분야의 경우 안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의 요구 역시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혔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번째는 합당을 통한 실리 추구다.
18개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 중 단 한 자리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안 위원장이 돌아온 배경에는 장관 자리보다 중요한, 자신이 책임질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합당 후에 자리를 잡는 게 목표로 보인다. 합당을 통해 수년 간 자신을 돕던 직원(사무처당직자)들의 고용승계, 그리고 선거비용 보전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다음 단계를 걷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합당이며, 이를 위해 우선 한 수를 접었다는 뜻이다.
자신이 인수위 업무를 마무리 지어야만 후에 꽃놀이패를 쥘 수 있다는 판단도 저변에 깔려 있다.
윤 당선인은 불과 0.73%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안 위원장과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승리다. 단일화의 전제는 공동정부 구성이었다. 이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난의 화살은 모두 윤 당선인의 몫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고도 권력을 나눠받지 못한다면 그 때는 안 위원장이 조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때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서는 안 위원장이 현재 자신의 일을 잘 끝내야 한다"며 "지금은 그 순간을 위한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 측은 현 상황을 안 위원장과 윤 당선인이 '원팀'을 위해 하나가 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의 측근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 측이) 하나가 됐다고 하니까 믿어야죠"라면서도 "그런데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된 데에 서로 대화를 해 봉합이 됐다 정도가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봉합, 진정국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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