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소비 양극화, 식품업계 전략 확 바꾼다

기사등록 2022/04/17 09:00:00

엥겔지수, 21년만에 최고치 기록…소득적을 수록 외식 줄고 내식 증가

프리미엄·가성비 수요 급증…식품업계, 소비패턴 변화 고려 전략 수정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식품 소비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많다. 

이 같은 소비 양극화는 식품업계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찾으려는 소비자를 잡겠다는 행보다.

그렇다고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전략만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 대비 고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도 많다. 식품업계는 가격은 똑같더라도 용량을 늘려 소비를 독려하는 제품 출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엥겔지수 21년만에 최고치…온라인·백화점 소비 늘어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 가정의 가계·소비 지출 중에서 식료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엥겔지수가 지난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2019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2년 간 1.5%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식료품 지출 비중은 소득 하위 1분위 계급이 5분위 대비 9.1% 포인트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이 가파르자 소득이 적은 가정일수록 외식 대신 내식을 택한 것이다.

내식 비중이 커지면서 부각된 트렌드는 소비 양극화다. 식품 소비에 있어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판매처 매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매출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14.2% 증가했다. 백화점은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전체 매출이 7.4% 늘었다.


◆"프리미엄과 가성비"…식품업계 이원화 전략 강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식품업계 전략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기존 제품은 그대로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추가로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꼽을 수 있다. HMR 시장은 코로나19 여파 이후 비대면 소비 패턴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 성장했다. 5년 만에 100% 이상 성장했다.

HMR 시장에서는 강자로 꼽히는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등이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시장 규모를 키우는 한편저가형 HMR 제품을 나눠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비비고와 양반 수라, 오즈키친을 앞세워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을 뒀다. 저가형 HMR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국·탕·찌개류 제품과 반찬류(생선구이·장조림), 죽류(파우치·용기)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버거킹 프리미엄 와퍼, KFC 프리미엄 블랙라벨폴인치즈버거, 도미노피자 프리미엄 하프앤하프 피자 등 신제품 이름 앞에 '프리미엄'을 붙여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이들 업체들은 할인 프로모션 전개 등을 통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

냉동피자 시장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1990년대 처음 선보인 냉동피자는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인기와 달리 시장 규모는 2015년 50억원에 불과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상이 달라졌다. 오뚜기,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 이후 V자 반전을 이뤄냈다. 해동하면 갓 구워낸 피자 맛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자 시장은 900억원 대로 성장했다.

주류 시장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맥주는 블루보틀과 함께 프리미엄 스페셜티 맥주 '커피 골든 에일'을 선보였다. 커피 골든 에일은 황금빛을 띄는 골든 에일 타입의 맥주로 커피의 은은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제품 가격은 1병당 1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330㎖ 병타입의 제품 가격을 1만원에 책정한 것을 두고 과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가수 박재범은 올 초 원스피리츠 주식회사를 설립해 소주 사업에 나섰다. 박재범이 선보인 제품은 원소주다. 이 소주는 프리미엄 소주를 표방하며 1병당 1만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열광하는 모습이다. 

출시를 기념해 운영한 팝업스토어에는 3만명이 찾았다. 원소주는 준비한 제품 2만병을 모두 판매했다. 전통주로 분류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원소주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만두, 피자 카테고리 고급화를 성공시키며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반면 편의점 PB 제품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는 등 식품시장이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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