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과 손잡은 KH필룩스는 어떤 회사?

기사등록 2022/04/14 11:16:45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쌍용차 인수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쌍방울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H필룩스가 어떤 기업인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ED 조명 등을 생산하는 KH 필룩스는 배상윤 회장이 이끄는 KH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과거부터 배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상호 투자를 빈번하게 진행해온 이력이 있어 이번 컨소시엄 구성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되는 부분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H 필룩스는 쌍방울과 손잡고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KH 필룩스는 1984년 설립된 보암산업을 전신으로 둔 기업으로 지난 2006년 사명을 필룩스로, 작년 3월 KH 필룩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트랜스포머, 라인필터 등 전자 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그외에도 소재 및 조명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KH 필룩스가 쌍방울의 손을 잡은 것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는 부분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반드시 지원군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KH그룹 배상윤 회장과 쌍방울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 알려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과거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함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호남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당시 조폭 조직원들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14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배 회장 역시 3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았다.

두 회장의 자금 거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KH 필룩스가 발행한 제22회차 전환사채(CB)를 쌍방울이 인수한 것이 가까운 예다. 또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오는 26일 상장할 광림의 제2회차 CB 역시 발행 대상자는 드림투자1호조합으로, 이 조합은 KH 그룹 계열사인 장원테크가 출자한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장은 과거부터 상대방이 보유한 상장기업의 CB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사세를 키우며 공조해오고 있다. 양측의 CB 거래는 앞서 지난 대선 기간에도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며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쌍방울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쌍방울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김 전 회장이 위치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이번 컨소시엄 참여 역시 김 전 회장과 배 회장 사이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이 KH 필룩스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 호재가 자칫 양 그룹의 배만 불려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쌍용차 인수에 관한 작은 이슈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쌍용차 인수 성사 여부를 떠나 이미 관련주의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상호 투자한 CB의 주식 전환 행사 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인수가 끝내 무산될 경우 쌍방울과 KH 필룩스의 주가가 동반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KH 필룩스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21억원을 기록 중이며 유동자산은 1571억원, 유동부채는 1059억원이다. 작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KH 필룩스가 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댈 것으로 알려진 KH 필룩스는 쌍방울 컨소시엄의 우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H그룹은 KH 필룩스 외에도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 IHQ, 음향사업 회사 KH 일렉트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과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불려왔다. M&A에 대한 경험은 적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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