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 놓고 골머리…회원국, 의견 분분

기사등록 2022/04/11 17:00:08 최종수정 2022/04/11 18:15:43

EU 외교장관, 오늘 회의서 원유 수입 축소 논의 예정

각국 이해관계 달라…독 '반대', 프 대선에 입장 아껴

"합의까지 쉽지 않을 것…모멘텀은 형성되고 있어"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학살 규탄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축소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분열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는 이번주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U 관계자들은 다음 러시아 제재 핵심을 원유 수입 축소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 합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8일 키이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11일 룩셈부르크에서 개최 예정인 EU 외교장관 회의에 원유 제재를 의제에 올리겠다고 밝혔었다.

보렐 대표는 당시 "현재까지 동의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있지만, 더 많은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이자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은 러시아 원유나 천연가스 수입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 여름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일 순 있지만, 전면 중단까진 올해 말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도 오는 24일 대선 결선 투표가 끝날 때까지 원유 제재 관련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친러 성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에너지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반면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는 더 강한 에너지 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 전면 중단을 발표한 상태다.

이 때문에 EU 관계자들은 11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원유 제재 관련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며,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기까지 몇 주가 걸릴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부차=AP/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의 공동묘지에서 경찰이 러시아군 점령 당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을 안치소로 보내기에 앞서 신원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4.11.

앞서 EU는 지난 8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등을 골자로 한 5차 제재안을 채택했다.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린 에너지 제재로는 처음으로, EU는 오는 8월까지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 제재는 부과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다른 경제 제재 영향을 완충하고 결국 러시아 정부의 군비를 지원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 싱크탱크인 브뤼겔 소속 분석가 벤 맥윌리엄스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에서 가스 4억유로(약 5400억원), 원유 3억8000만유로(5100여억원), 석탄 2000만유로(약 270억원) 등 일평균 8억유로(약 1조 750억원)에 달하는 에너지를 수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25%가량이었다. 러시아 원유 수출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4.11.

우크라이나는 EU가 더 신속하게 에너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규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대표는 "원유 제재는 합의까지 쉽지 않을 것이며, 많은 정책적 선택지가 혼재돼 있다"면서 "원유 관련 어떤 형태의 행동에 대한 모멘텀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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