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수위, 추경 규모·재원 마련 방법 '고심'
내달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안 제출될 듯
적자국채 발행 부담…30조원대 추경 주장도
'대규모 추경+물가 안정' 딜레마 빠진 인수위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넘기면서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차기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무분별한 돈 뿌리기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현재 추경 규모와 재원 마련 방법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두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 달 추경안을 제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인수위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50조원 규모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기존 예산에서 필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돈을 짜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총예산 607조7000억원 가운데 손댈 수 있는 재량지출은 304조원가량이다. 이 안에서도 국방비, 인건비 등은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10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기재부는 얼마 전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초과세수로 발생한 세계잉여금 가운데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30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50조원 규모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 즉, 나랏빚을 늘리는 방법으로 남은 재원을 채워야 하는데 이러면 재정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지난 2월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11조3000억원이 늘어난 바 있다.
또한 대규모 국채가 발행된다고 해도 이를 시장에서 감당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50조원 규모의 국채를 한꺼번에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나눠서 해야 한다"며 "과연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인지를 기재부에서 먼저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추경 규모를 30조원대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진행된 1차 추경 규모가 16조9000억원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2차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를 넘어선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인수위도 현 정부에 강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우선 현 정부에서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경 등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규모 추경과 물가 안정책을 모두 추진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은 자칫 정책 엇박자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 진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거세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은 "어떤 형태로 추경 재원 조달을 하느냐는 금융시장, 거시경제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종합 검토해 최종적인 추경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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