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원금 총액 예상치 훨씬 뛰어넘자 아예 거부
영국 본사 호실적 불구, 한국 지원 안해
국내 사업 큰 폭 축소, 아예 '한국 철수설'도 제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9개 기업에 대해 최종 조정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옥시와 애경산업이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전체 피해 분담금 중 54.2% 부담을 안고 있는 옥시 측은 예상보다 전체 지원금 총액이 높게 책정되자 "더 이상 배상 책임 의무가 없다"며 한 발 뺐다. 7.5% 분담금이 책정된 애경산업도 경영난을 이유로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이번 옥시의 행보를 놓고 한국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아예 한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실제 옥시는 가습기 사태 이후 한국 사업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옥시 제품 불매운동으로 국내 대형마트에서 제품 판매가 제한되자 매출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 2015년 300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300억원 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017년에는 익산 공장까지 매각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2015년 340명이던 직원들을 최근 40명 미만으로 줄였다.
옥시의 한국 사업은 이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영국에 있는 글로벌 본사의 영업 상황은 다르다. 인후통에 효과가 있는 일반의약품 '스트렙실', 손세정제 '데톨' 등 주요 제품이 코로나19로 큰 수혜를 입으며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132억3000파운드(21조원) 매출과 29억4000파운드(4조680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본사의 자금 여력이 충분한데도 가습기 사태 보상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은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할 뜻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와 인과 관계가 입증된 폐섬유화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을 했지만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질환을 호소하는 7000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처음부터 거부해왔다"며 "당초 예상보다 피해 분담금 총액이 4000억원 더 많은 9000억원으로 나오자 아예 발을 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옥시가 조정안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이미지 회복은 힘들고, 한국 철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옥시 관계자는 "이번 조정안에 반대하기 전에 조정위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부분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종국적 해결과 합리적 조정 기준 설정, 공정한 분담 비율 등이었다"며 "하지만 이 조정안은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자체 판단해 수용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옥시의 대규모 배상 사례는 3년 전 미국에서도 있었다. 옥시는 2019년 당시 미국에서 마약류로 분류된 마약치료제 의약품을 불법 판매하다가 적발돼 판매 대금 추징액, 건강보험 배상, 벌금 등을 합쳐 14억 달러(1조7000억원)를 부담했다. 그러나 옥시는 이후 사건을 빠르게 수습하며 미국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 회복에 총력을 쏟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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