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 부차에서의 전쟁 범죄가 바로 러시아군의 방식

기사등록 2022/04/04 12:23:50 최종수정 2022/04/04 12:54:43

체첸·시리아·아프간에서도 그랬고

지금 우크라 전역에서도 마찬가지

주민들 항복하게 만드려 전쟁범죄 저질러

[부차=AP/뉴시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Bucha)에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2022.04.0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는 수십명의 시신이 길거리에 방치돼 있었다. 또 주민 수백명이 처형되는 등 인종학살의 증거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이처럼 민간인을 상대로 잔인한 행동을 한 건 이례적이 아니며 러시아군의 전쟁 방식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한가지 점에서 옳다. 그의 침공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군대를 해방군으로 환영하게 만들었다. 러시아군이 한달 이상 점령했던 키이우 인근 도시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우크라이나군을 해방군으로 맞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일 키이우 지역이 러시아군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1944년 자유프랑스군이 파리에 입성하는 듯했다.

시민들이 해방을 크게 기뻐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키이우 인근 부차엔 쫓기다가 사살된 시민들이 도로에 방치돼 있는 모습이 있었다. 부차 시장은 집단 무덤 2곳에서 발견된 시신이 약 270구이며 도로에 방치된 시신이 40여구라고 밝혔다.

부차에서 벌어진 참상은 전혀 예외적이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를 전쟁 범죄의 증거가 차고 넘친다. 휴먼라이트워치는 러시아군이 강간, 즉결처형, 약탈 사례를 기록해왔다.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은 시민들이 대피해 있는 극장을 폭격했다.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있는 곳이었다. 공습을 피하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공습을 부른 듯했다. 건물 안에 있던 300여명이 지난 16일 러시아군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폭탄과 미사일로만 시민을 죽이지 않는다. 머리 뒤쪽에서 총을 쏴 사람을 죽였다. 이건 차원이 다른 악행이다. 1995년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세르비아 학살 이후 유럽에선 없었던 일이다. "반 나치" 작전을 한다는 러시아군이 나치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 세상에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면 러시아는 전범이다. 푸틴부터 그 아래 모두가 언젠가 나치가 뉘른베르크에서 받았던 것처럼 심판을 받을 것이다.

슬프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전쟁 방식이다. 푸틴의 군대가 체첸과 시리아에서 싸웠던 방식이다. 그 이전 소련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2차세계대전중 중부유럽에서 했던 방식이다. 그들은 주민들이 항복하게 만들려고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통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야만성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더 강하게 저항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싸워야 자유는 물론 목숨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 주 침략자들이 키이우 주변에서 큰 피해를 입고 쫓겨났다. 러시아군이 패배했다. 최소 탱크 300대와 병력 1만을 잃었다. 일반적 군사 공식을 적용하면 3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부상했다는 뜻이다. 대략 러시아군의 4분의 1이 무력화됐다.

일부에선 러시아의 키이우공격이 위장공격이며 푸틴이 우크라이나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역사는 러시아의 패배를 역사에 남을 군사적 재앙으로 기록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을 위한 1차 공격이 실패한 뒤 러시아군은 전열을 정비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재배치 될 것이다. 침공 초기부터 이에 집중했다면 훨씬 쉬었을 것이다. 큰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됐다. 이제 러시아군은 동부지역의 우크라이나군을 강하게 포위할 것이다. 2014년부터 러시아 지원 반군과 싸워온 군대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당연히 러시아군의 잔혹성에 분격해 침략자들에게 영토를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영토를 내주면 그 지역 주민들을 스탈린 시대의 지옥에 떨어트리는 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푸틴의 한 전 참모가 "러시아는 '패배'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식이든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니아 전쟁을 마감한 1995년 데이튼 협정은 전범과 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들을 물리친 뒤에야 가능하다. 푸틴이 전쟁에서 졌다고 생각한다는 징후는 없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결정적으로 패배해야 하는 이유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야 한다. 북부에서 물리친 것처럼 남부와 동부의 러시아군을 물리치는데 필요한 중화기가 필요하다.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대포, 전투기, 장거리 대공 미사일도 지원해야 한다. 현재로선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러시아와 협상이 아니라 그들을 패퇴시키는 것이다.

유럽인들도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구매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이동식 죽음의 부대에 피묻은 돈을 대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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