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한달 간 새벽부터 일몰까지 금식
식품가격 폭등에 야간 가족모임등 지장 우려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등 우크라위기로 식량폭등 '고통'
우크라이나 전쟁은 밤마다 가족과 친척들이 대규모로 모여서 식사와 모임을 갖는 라마단의 전통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올해의 라마단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는 일요일인 3일부터, 레바논과 이란, 이라크의 일부 시아파 신도들은 하루 더 늦게 4일부터 시작된다. 각국의 음력과 달에 대한 관측 여부에 따라 시작일은 하루 이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무슬림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수단, 아랍 에미리트는 2일 새벽에 라마단 개시를 선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일 국경 사우디TV로 라마단의 개시를 알렸고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자 겸 사실상의 국가 지도자도 라마단의 시작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니파 국가인 요르단은 사우디와 달리 3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제2의 무슬림단체인 무함마디야는 6000만명의 회원들에게 라마단이 2일 시작된다고 발표했지만 이 나라의 종교문제 담당부처는 3일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무함마디야가 정부 공식 발표와 다른 날짜에 라마단 개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2억7000만 인구 중 거의 90%가 무슬림인 이 나라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공식 발표 날짜를 따르고 있다.
전세계 20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인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라마단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올 해에는 더 즐겁고 개방된 라마단을 기대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동지역의 수 백만명은 다음 끼니를 어디서 구할지도 막막할만큼 식량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미 이 지역을 강타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에서 수단과 예멘에 이르기까지 집을 떠난 난민들과 빈곤층은 전쟁의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 곡물로 만든 배급 빵과 값싼 국수로 각국의 수백 만 명 빈곤층을 먹여 살리고 있다.
세계 최다의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밀 수입 대부분을 의존해왔다. 최근에는 자국 화폐가치의 급락과 다른 요인들 때문에 식량가격과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있다.
수도 카이로에서는 라마단을 축하하는 오색 등이 모든 모스크와 좁은 골목에 내걸렸지만 집집마다 사들이는 음식의 양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슬람세계에서 "동정의 밥상"으로 알려진 빈곤층을 위한 야간 길거리 음식 배급소들도 상을 차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 기자의 한 회교사원에서 새벽마다 기도시간을 알리는 라베이 하산은 근처 시장에서 채소와 다른 식품을 사왔다면서 "사람들이 계속되는 물가 급등에 신물이 나 있다"고 말했다.
폭등하는 물가는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레바논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지난 2년간 화폐가치 폭락으로 레바논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극심한 전력난과 에너지, 의약품 부족도 큰 문제이다.
가자지구에서는 해마다 라마단 전날에 북적대던 시장에 인적이 끊겼다. 상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든 물가가 폭등해서 평소 같으면 활기에 넘치던 라마단 준비 인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이스라엘-이집트 국경의 봉쇄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23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진 상태이다.
지난 해에는 라마단이 끝나갈 무렵에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지도자들과 이스라엘의 11일간의 전쟁으로 10년만에 최악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라크도 우크라 전쟁 이후로 급등한 식품 가격으로 라마단 전야까지 국민들 사이에 실망과 좌절감만이 팽배해 있다.
은퇴한 교사이며 여성운동가인 수할리아 아쌈(62)은 남편과 연금을 합쳐도 한달에 1000달러(122만원) 미만으로 연명하는데 최근 식용유와 밀가루 등 모든 식품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며 한숨을 지었다.
"우리 이라크인들은 밀가루와 식용유가 모든 음식에 쓰인다. 그러니 5인 가족이 어떻게 먹고 살지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주로 수입밀가루에 의존하는 바그다드의 한 수입업자는 "밀가루 1톤에 390 달러 (47만 5800 원)를 주고 사오던 것이 우크라전쟁이후 625달러(76만 2500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치솟던 물가가 우크라 전쟁 이후 더욱 폭등해 수입업자들도 수백만 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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