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병력 상당수, 벨라루스로 이동…병력 재편성
"돈바스 집중해 승리하기 위한 시간 벌기 용" 분석
돈바스에 용병 1000여명도 투입…남부 공격도 집중
"러에만 이익 안 되게 하려면 우크라 지원 늘려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의 '군사 활동 감축' 발표에 대한 서방의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집중을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 일부 병력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인근에 남아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병력 상당수는 벨라루스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병력 이동을 후퇴가 아닌 작전상의 병력 재편성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참은 "별도 부대 순환일 수 있으며,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병력 재편성에 나선 배경이 동부 돈바스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 끌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 군사정보업체 로찬컨설팅의 군사 정보 전문가 콘라드 무지카는 "돈바스 지역에 다시 집중하고 동부에서 전통적인 군사적 승리를 얻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약 5주 동안 북서부에서 교전을 거듭하면서 전투력이 완전히 고갈된 점도 이유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진격에 정체를 빚어 왔으며,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후퇴를 거듭했다. 최근 키이우 도심에서 20㎞ 떨어진 이르핀이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현재까지 1만6000명 상당 병력 손실을 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도 러시아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전쟁을 치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부 지역 병력을 축소해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부대를 재편성해 러시아가 천명한 '특별 군사 작전' 지역인 동부 지역에 군을 조용히 집결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민간 용병조직 바그너그룹 용병 1000여명도 돈바스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되며,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최근 며칠간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남부 마리우폴 지역 장악에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공습을 계속하고 있으며 주거용 건물, 병원, 휴양시설, 공원 등 민간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정비를 통해 러시아가 실질적인 이득을 가장 많이 얻을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 오스본 전 영국 국방 정보 수장은 "작전 속도를 늦춤으로 양쪽 모두 이득을 보지만, 러시아가 가장 많은 것을 얻는 게 현실"이라며 "러시아에만 많은 이익이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신속하게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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