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지키는 '아조우 연대' 둘러싼 논란들

기사등록 2022/03/30 15:03:19 최종수정 2022/03/30 20:14:43

우크라 극우세력 아조우연대, '결사항전' 의지

뿌리는 백인우월주의…"사상 여전하다" 비판

전문가 "전 세계 극우주의 판칠 위험도 있어"

다만 "현재 극우세력은 10~20% 불과" 주장도

[마리우폴=AP/뉴시스] 우크라이나군 아조프 대대가 제공한 비디오 영상 사진에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고층 건물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에 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아조프해 인근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돼 집중 포격을 받고 있다. 2022.03.15.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줄곧 러시아의 표적이 된 단체는 우크라이나 극우 성향의 아조우(아조프) 연대다. 마리우폴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에 나선 단체지만, 그 뿌리가 '신나치주의'라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핵심 세력은 극우 성향의 아조우 연대"라면서도 "신나치주의와 관련된 몇몇 지점은 서방을 불편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침공의 명분 "신나치주의 소탕"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이같은 우크라이나 내의 '극단주의' 세력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신나치주의자'를 소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실시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가 겨냥한 신나치주의가 아조우 연대라는 사실은 비교적 명백하다.

아조우 연대는 2014년 민병대로 시작해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주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내전 당시 최전선에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싸우며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데 공을 세웠고, 그해 11월 12일 우크라이나 내무부 산하 국가방위군으로 편입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부터 점령에 공을 들인 곳 역시 아조우 연대가 근거지를 둔 마리우폴이다. 마리우폴은 우크라 남동부 아조우(아조프)해 연안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의 북쪽, 친러 성향이 강한 동부 돈바스 지역과 밀접해 있다. 러시아에게도, 우크라이나에게도 마리우폴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러시아군은 아조우 연대에 대한 '신나치 프레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유엔(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아조우 연대가 마리우폴 대피 통로를 봉쇄한다며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민간인 이동을 위한 안전한 통로를 마련한다"며 반박했다.

또 러시아군은 지난 16일 마리우폴 시내의 한 극장을 폭파했는데, 당시 극장에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대피자가 수백명 발견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자 러시아 국방부는 "아조우 연대가 공격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키이우=AP/뉴시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벨라루스 의용군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수백 명의 벨라루스인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2022.03.09.

◆뿌리는 '백인우월주의·신나치주의'…우크라 정부는 '침묵'

이처럼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을 상대하는 아조우 연대지만, 이들의 출발선이 극우주의 성향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불편한 지점이다.

2014년 민병대로 시작된 아조우 대대는 백인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안드리 빌레츠키에 의해 설립됐다. 빌레츠키는 2010년 "우크라이나 국가의 목표는 전 세계 백인을 이끌고 열등한 유대인 종족에 맞서 마지막 십자군 원정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아조우 연대를 이끄는 데니스 프로코펜코는 2014년 연대 창립 당시 핵심 인물이다.

아조우 연대가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표식도 문제가 된다. 현재 아조우 대대는 '볼프스앙겔' 휘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늑대 덫을 형상화한 것으로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상징이다.

또 이들의 문양은 '민족의 이상'(National Idea)이란 단어의 앞 글자를 딴 N과 I의 조합으로 구성돼있는데 독일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조우 연대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할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의회는 아조우 대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우크라이나 당시 내무부 장관인 아센 아바코프가 이 부대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아조우 대대에) '나치 이데올로기'라는 낙인은 우크라이나 주 방위군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극우세력 움직이는 계기될 수도"…우려

전문가들은 아조우 연대가 결성된 이후 백인우월주의에 자극 받아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는 국제 의용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미국 비영리 외교정책연구소인 수판 센터의 콜린 클라크 수석연구원은 "유럽의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투 경험과 훈련을 쌓고, 그 다음 유럽에서 테러 공격에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우크라이나는 아조우 연대에서 전투경험을 쌓으려는 미국계 신나치 그룹 아톰와펜 사단 소속 2명을 추방한 바 있다.

◆"나치 옹호 세력 많지 않아…단체 내 10~20%에 불과" 주장도

비영리 정책기구 대(對) 극단주의프로젝트(CEP)에서 활동하는 알렉산더 리츠만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나치 동조자들의 소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대 계급에는 신나치주의와 전혀 동질성이 없는 우크라이나인도 포함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부의 극우 세력이, 독일과 미국 등 다른 군대에서 포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부 극단주의자는 존재하나, 다른 국가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아조우 연대는 단체 내의 극우·극단주의자가 10~20%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CNN에 따르면 이 수치는 현재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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