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참새 작가 첫 책 나오기까지...'출발선 뒤의 초조함'

기사등록 2022/03/30 06:00:00

[르포]파주 한 인쇄소에서 감리작업 동행

검토 수정 수정…4번의 인쇄끝에 무릎높이 3천장 출력

작은책 뚝딱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책은 "협동의 산물'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표지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전자책, 오디오북의 시대다. 종이책은 사라진다고 했지만 여전히 책은 쏟아지고 있다. 2021년 출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신간 도서는 모두 6만4657종이다. 2020년 6만5792종에서 1.7% 줄어든 수치지만 책의 존재감은 21세기에도 강렬하다. 작가들과 책들은 실시간 탄생하고 있다.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생애 첫 책 출간을 앞둔 박참새(필명)작가를 따라 나섰다. 최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근처에 모여있는 한 인쇄소에서 책의 탄생을 지켜봤다.  '출발선 뒤의 초조함'. 책 제목은 그야말로 작가의 심정이었다.

# '출발선 뒤의 초조함'...인쇄소를 가다

"나무에게 미안한 일 하는 건 아닌지…"

출간 전 감리작업을 위해 인쇄소에서 만난 작가는 엉뚱한 말을 뱉었다.  인쇄기는 활자가 박힌 종이를 연신 굴려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작가는 "복합적인 기분이 든다"며 한 마디를 덧붙인 말이다.

작가는 전날까지 마감한 원고를 마지막까지 검토했다. 동료인 김재하 디자이너와 파주 인쇄소에 도착했다. 인쇄기의 굉음과 함께 잉크 냄새가 진동했다. 작업이 막 시작된 인쇄기에서는 박참새 대담집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라고 쓰인 책 표지를 토해내고 있었다.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표지 인쇄를 바라보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표지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다들 이 일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 거지"

감리작업은 작가가 원하는 색과 배치로 책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책에 삽입된 사진이나 표지의 색감 등을 인쇄를 거듭하며 확인하고 조정한다. 감리 후 확정된 표지는 제본으로 이어져 출간되기 때문에 표지 색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작가의 첫 표지 감리도 4번의 인쇄 끝에 확정이 됐다. 확정된 표지는 1쇄 부수에 맞춰 3000장이 출력됐다. 3000장 표지를 쌓아놓으니 무릎 높이까지 왔다.

박 작가는 첫 책이 대담집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다. "이미 발행된 인터뷰가 있으니 잘 다듬기만 하면 되니 뚝딱 만들어질 줄 알았죠"

"정말 오산이었다." 인쇄소 기계는 옵션이고 사람의 손과 눈 육체의 노동요가 9할이었다. "'다들 이 일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 걸까요" 작가는 새삼 밥벌이의 소중함을 깨닫는 듯 했다.

#디자이너·인쇄소·편집자,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매우 선명했다."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표지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감리 작업 중에도 깨알 글자처럼 수많은 말들이 이어졌다.

"(색이) 똑같은데"

인쇄소 기장의 말에 작가는 동의할 수 없다. "약간 다홍색 같은데요"

수정된 페이지는 다시 디자이너의 안목에 기댔다. "괜찮다." 그제서야 한 페이지가 통과됐다. 박 작가는 "김재하 디자이너의 꼼꼼한 성격"과 "인쇄소 기장님의 엄청난 숙련도"으로 책이 완성됐다고 표현했다.

조그만 책도 쉽게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 협동의 산물이다. 박 작가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매우 선명했다"며 출간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인쇄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박참새 작가는 누구?

박참새는 작가이기 이전에 서점 주인이다. '가상실재서점'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큐레이션 서점 '모이(moi)'를 운영하는 그는 매달 책을 엄선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책과 맞닿아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도 책을 만드는 과정은 생소했다. 그는 책이 인쇄되는 중에 지금 어떤 과정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모르겠다"는 답변을 자주 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해도 그는 인쇄기에서 돌아가는 종이를 연신 지켜보고 있었다.감리가 끝나고 인쇄기에서 3000부의 페이지가 쏟아져나오자 박 작가는 인쇄기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쇄소에서 나온 뒤 그에게 물었다.

"첫 책이 1쇄부터 3000부라는 비교적 많은 부수를 발행했다. 처음 계획한 부수보다 훨씬 많은 부수를 찍게 되어서 마음이 복잡했다. 거대한 인쇄기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이게 과연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의심하게 되더라."

감리를 마친 그는 인쇄소 기장의 손을 붙잡고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고 허리를 숙였다.


[파주=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참새 작가가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자신의 첫번째 책 인쇄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022.03.30. dahora83@newsis.com


#설렘과 두려움, '출발선 뒤의 초조함'

초판 3000부, 매일 쏟아지는 300여 권의 신간들. 신인 작가에게는 두려운 것이 많았다. 그는 책을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자기 의심"을 꼽았다. "훌륭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내가 꼭 책을 내야 하는지, 내가 하는 게 맞는 일인지 자꾸만 되묻게 되더라.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새 책을 내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팟캐스트 출연부터 작가로서의 인터뷰, 인터넷 서점의 '이주의 책' 선정까지, 모두 욕심이 난다. "다음 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 책을 빌미로 여기저기 열심히 쏘다니며 말하고 싶다"고 했다.

박참새 작가의 첫 책 '출발선 뒤의 초조함'은 1만5500원이 매겨졌다.  지난 23일 세미클론에서 출간됐다. 작가 김겨울·이승희·정지혜·이슬아가 함께한 대담집이다.  "혹여나 책이 별로라도, 읽어주시기를 바란다.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미리 전한다."
     
[서울=뉴시스] 출발선 뒤의 초조함 (사진=세미콜론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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