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문턱 낮추기…효과 지켜봐야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가계대출이 석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자산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영향이다.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열고 있으나 효과가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1618억원으로 집계됐다. 2월 말보다 7755억원 줄어든 것이다. 올해 1월 707조6895억원, 2월 705조9373억원에 이어 이달 말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한 각종 대출 규제를 풀고 있다. 그럼에도 대출 감소세는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금리인상 기조와 연초부터 강화된 DSR 규제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을 배경으로 꼽는다. 또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의 열기가 꺾이면서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감소세가 올해 초부터 시작됐는데, DSR 2단계 조기 시행 시기와도 맞물린다"면서 "대출 증가세가 꺾인 가장 큰 요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한 인식과 금리상승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대부분 대출이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대출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현재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 등 용도가 명확하고 꼭 필요한 대출은 금리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신용대출 등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상황도 대출이 증가하던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의 집값 상승과 MZ세대의 '영끌' 분위기에 가계대출이 늘었다.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때면 공모주 청약을 위한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급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외 변수로 증시가 이전보다 하락하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다. 이에 대출로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조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감소세에 은행들은 전세 '3종 규제' 완화에 이어 신용대출 빗장도 풀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 통장재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상향한다. 지난해 1월 모든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하나은행은 1월 말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높인 바 있다. 농협은행은 신용대출한도를 2억5000만원까지 늘렸다.
5대 시중은행은 전세대출 문턱도 낮췄다. 21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하나, 신한, 농협, 국민은행 등이 전세대출 한도와 신청 시기를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1주택자의 비대면 대출 제한도 해제했다.
은행들의 대출 문턱 낮추기가 이달 초 시작되고 전세 규제 완화도 25일 전후부터 시행된 만큼 정상화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향후 지표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했고 앞으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증가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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