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신탁 명의로 옮겨…복잡한 소유구조도 문제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재산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나타나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의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우스나모프는 부동산과 요트 등 영국 내 자산 대부분을 가족 신탁 명의로 옮겨놨다며 현재 법적 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우스마노프는 신탁(재산)의 수혜자에서 손을 떼고 가족에게 그의 유익한 권리를 기부했다"고 했다.
그는 세계 주요 매체와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가 참여한 러시아 자산 추적 프로그램에 보낸 성명에서 "우스마노프는 신탁 수혜자에서 빠졌으며, 더는 자산을 관리할 수도 없고 대여 방식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고 말했다.
신탁 재산 이전은 통상 작성 후 수정이나 취소할 수 없다.
영국 정부가 이달 초 우스마노프를 제재할 당시에 언급한 런던 중심부와 서리 지역의 저택 역시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대변인은 전했다.
러시아 자산 추적 프로그램에서는 우스마노프의 자산 규모를 26억파운드(4조2000억원)로 파악했다. 미국 포브스지가 추정한 재산은 176억달러(약 21조원)로 차이가 크다.
소련 시절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우스마노프는 러시아 2위 이동 통신 기업인 메가폰사를 포함해 광업, 통신업 등을 주로 영위하는 USM홀딩스를 소유하고 있다.
변호사 마이클 오케인은 "초부유층들이 세금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개인 재산을 구조화하는 것은 매우 흔하다"며 "소유 구조가 복잡하고 모호할수록 제재를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우스마노프의 영국내 저택들은 이전에도 소유권 구조가 복잡했다.
BBC는 두 저택 소유권에는 에버튼 구단주이자 우스마노프의 오랜 동료인 파르하드 모시리가 관련돼있다고 전했다. 모시리는 우스마노프의 회사 USM의 주주이지만 제재 대상에 오르진 않았다.
이와 함께 USM홀딩스 측은 우스마노프의 지분율이 50% 미만인 만큼 EU의 제재를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BBC는 "만약 우스마노프가 이 재산의 소유주가 아니라면, 그것은 영국의 제재 범위 밖일 수 있다"며 "그리고 다른 올리가르히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타임스는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가족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하는 분위기였지만 앞으로 이들도 명단에 올리라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스마노프의 재산 중 그의 어머니 이름을 딴 초호화 요트인 딜바르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압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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