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6일째…초기 점령 실패로 시가전 돌입
미사일·공습 무차별 공격…민간인 피해 커져
러시아군도 좌절·당황…병력·무기 보충 불가피
푸틴 '전략적 승리' 명분은 마리우폴 등 동남부 장악
액시오스 "푸틴의 '소모전' 승리 어려울 수도"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액시오스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전략을 수정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그의 최종 게임을 바꾸고 있다는 징후를 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우크라이나를 48시간 내에 장악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전쟁은 이날로 26일째를 맞았다. 제2의 도시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등 일부 도시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지만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핵심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 등은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특히 키이우를 향하던 러시아군의 진격은 눈에 띄게 정체됐고 오데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던 러시아군은 격퇴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뒤 "당황하고 좌절했다"며 "필사적으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미사일과 공습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잔인해지고 있다. 대피소와 학교, 병원 등 민간 시설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가 집착하고 있는 마리우폴에서만 민간인 사망자가 3000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도네츠크 지역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곳이어서 러시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이다.
미 싱크탱크 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남쪽을 뚫고 대규모 우크라이나군을 제압하기 위해 양면공격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남부 활동이 자유로워질 수 있고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 해방을 전쟁 명분으로 삼았던 만큼 상징적인 의미는 더욱 클 수 있다"며 "러시아는 전쟁의 목표를 수정했다. 러시아가 승리를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돈바스 지역 대부분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의 목표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대부분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다. 남부 해안 지역을 병합함으로써 '전략적 승리'를 주장하고 휴전하는 것"이라며 "키이우와 북부 다른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우크라이나 군사와 산업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서 그의 입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도네츠크 독립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과 관련해선 사실상 요구를 수용하는 입장이지만 크름반도·돈바스 지역 요구는 영토 보전과 주권의 문제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당분간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회담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프먼은 러시아군은 지쳤고 병력이 크게 줄었다면서 작전 중단 또는 임시 휴전 기간 동안 병력과 군수 물자를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병력과 무기를 보충해왔지만 "최정예 부대는 이미 투입됐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한 타블로이드판 매체는 이날 러시아군 사망자가 9861명에 이르고 1만6153명이 부상했으며 비행기 96대, 헬리콥터 118대가 파손됐다는 러시아 국방부 평가를 보도했다. 결코 적지 않은 손실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얼마 뒤 삭제됐다.
우크라이나 측의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소모전은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의 무기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되는 것이 점점 중요해 질 것이라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10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 중 해외로 피신한 피란민은 350만 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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