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3주째…수도 함락 실패하고 '허둥'
우크라 맞먹는 군 손실…장군 4명 잃어
우크라 저항 과소평가…징집병이 4분의 1
수년 내 훈련·소규모 작전만…'실전' 부족
군 내 소통·조율 비효율…병참 차질 문제도
전문가 "군 현대화 사기·부패로 훼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쇄신된 군대는 어떻게 우크라이나 침공에 실패했나' 제하의 보도에서 이 같은 상황과 원인을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날 기준 22일째다.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시험대에 올랐지만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일부 도시를 장악했지만 수도 키이우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서방 국가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이번 전쟁으로 현재까지 7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군 장성 4명을 포함해 고위 지휘관도 이번 전쟁에서 숨졌다.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이래 1300명의 우크라이나 병사를 잃었다고 밝혔는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는 이것이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장군들이 전선 가까이에만 있는데 이것은 전방 부대의 하급 지휘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거나 전진을 두려워하고 있는 징후라고 서방국은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암호화된 통신 시스템 고장으로 전화와 아날로그 무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 타깃이 되는데 더 취약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러시아의 실패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과소평가했거나, 사기가 낮은 징집병(약 25% 추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거꾸로 러시아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실전' 준비 미흡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CNA)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은 시리아에서 군사 훈련과 소규모 작전을 수행했지만 조국을 맹렬히 방어하는 군이 있는 국가에 대한 다면적 공격은 대비하지 않았다"며 "최근 수 년 간 봐 온 (러시아군의) 훈련은 대본에 기초한 것일 뿐 연극 그 이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초기에 키이우를 장악하지 못한 것도 전쟁이 지지부진해진 이유다.
러시아 침공은 첫 날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키이우에서 약 20마일(약 32㎞) 떨어진 호스토멜 군사 비행장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우월한 공군력으로 영공을 장악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비행장을 장악하려는 러시아 낙하산 부대를 물리쳤고 고정익 항공기 80대와 헬리콥터 100대를 격추했다.
키이우로 진격하던 긴 육상 행렬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가로 막혀 고전하고 있다. 위성사진과 관련 영상들을 보면 러시아 탱크와 호송대는 연료가 떨어진 채 멈춰서 있고 군용 차량 수백대가 파괴됐거나 버려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분석가들은 러시아군 내부 또는 부대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병력을 추가하고 공격을 조율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봤다. 주요 철도 인근 도시를 장악하지 못한 것 역시 군수 물자 보급 차질로 이어지면서 당초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었다.
외교정책기관 윌슨센터의 앤드루 모너핸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군은 역사상 승패와 상관 없이 전투에서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복잡한 운영과 계획, 명령과 통제의 어려움 등"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민주적으로 세워진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하고 과두 정권을 세우려 했던 시도도 요원해 보인다. 이와 관련 서방은 푸틴 정권이 러시아 지도부에 적대적일 것이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러시아 정보부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마이클 클라크 전 소장은 "침공 전 경제 규모가 이탈리아와 비슷했던 러시아는 노력을 너무 얇게 분산했을 수 있고 현대화 노력 역시 사기와 부패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지휘관들은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가진 척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간인 대피소와 의료시설 등에 대한 무차별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따르면 지난 16일 자정까지 2032명의 민간인 사상자(사망 780명, 부상 1252명)가 발생했다. 집계되지 않은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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