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성소수자 행진이 전쟁의 원인" 주장
암스테르담 정교회, 모스크바 교구 탈퇴
전문가들 "침략에 도덕적 정당성 제공해"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교적 이념과 결부시켜 지지하고 나서면서 세계 정교회 내부에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또 다른 이유로 서방의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 행진) 지지를 들었다.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6일 모스크바에서 연 설교에서 지금의 갈등은 '러시아 세계'와 서구 자유주의 가치의 근본적 문화 충돌의 연장선 상에 있으며 "서방의 성 소수자 행진이 이번 전쟁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키릴은 "당신이 어느 편에 서느냐는 '시험'은 당신의 나라가 성소수자 행진을 기꺼이 개최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법을 위반하는 것을 본다면, 결코 이 법을 파괴하는 자들을 참지 않을 것"이라면서 "거룩함과 죄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심지어 죄를 본보기나 인간 행위의 모델 중 하나로 홍보하는 자들에게도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이 주제를 둘러싸고 실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 총대주교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러시아 정교회에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러시아 정교회는 지난 1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취지로 러시아 정교회 소속 '모스크바 교구' 탈퇴를 선언하며 키릴 총대주교와의 관계를 끊었다.
전문가들은 키릴 총대주교의 발언이 정교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러시아 제국'으로의 복귀라는 푸틴의 더 큰 영적 비전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전쟁을 비난해야 한다는 종교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키릴 총대주교는 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이 전쟁을 "신의 법칙을 따르기로 선택한 인류의 '형이상학적 의의 투쟁'"이라고 부르며 침략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제공했다.
게오르그 미셸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교회의 본질적이고 역사적인 부분으로 보는 키릴 총대주교가 푸틴의 비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미셸스 교수는 UC 리버사이드 뉴스 인터뷰에서 "전쟁 초기에 키릴 총대주교는 신이 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단결을 강조하는 설교를 했다"며 "키릴은 이러한 단결을 파괴하기 위해 나선 우크라이나의 '악의 세력'을 비난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셸스 교수는 "러시아 정교회는 푸틴이 인기를 굳히기 위해 사용해온 상징성과 이념의 상당 부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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