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2장 배부 소동...잘못 기표해 찢고…호기심에 봉인지 훼손 [투표소 이모저모]

기사등록 2022/03/09 17:55:41 최종수정 2022/03/09 18:16:43

씨름장·고깃집·커피전문점 등 투표소 설치

불편한 몸 이끌고 투표…"큰 어려움 없어"

생애 첫 투표…"긴장되지만 공약 잘 살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1동행정복지센터 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2.03.09. lmy@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신재현 임하은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전국 투표소에서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인 만큼 전국 곳곳에 다양한 사건·사고와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생애 첫 대선 투표…"공약 살펴보고 고심했다"

이번 대선은 유권자 연령 하향 후 첫 선거다. 만 18세 이상 유권자라면 참여할 수 있다. 곳곳에서는 생애 첫 대선에 참여했다는 유권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동7투표소를 찾은 정모(19)씨는 "성인이 된 후 첫 대선 투표다 보니 일찍 오게 됐다"며 "주변에 대선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많은데 후보들의 공약도 알아보고 왔다"고 다소 들뜬 모습으로 말했다.

친구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는 대학생 이모(20)씨는 "쉬는 날이라 근처 사는 친구와 함꼐 투표하고 운동 가려고 나왔다"며 "친구들과 최근 들어 정치 이야기를 좀 했다. 선거 공보물도 읽고 나름 고심해서 후보를 뽑았다"고 전했다.

◆불편한 몸 이끌고 투표소로 발걸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은 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서울 한남동 제3투표소에서 만난 박모(61)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어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참관인들은 박씨가 의사표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의 부인인 이모(59)씨가 대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 사표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찍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장애인 주차장도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불편함을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통령에게 "루게릭 환자들을 관심있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저는 젊으니 옆에서 챙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아 소외될 수 있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안내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 30대 A씨는 "선거할 때 시각장애인은 점자 보조용구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걸 사용한 게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며 "투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와서 투표하고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들고 도망가고 찢고…곳곳서 소란

대구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들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15분께 대구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60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손에 쥔 채 도주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혐의 등은 붙잡은 뒤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는 투표용지 교환을 거부당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어버리는 소란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25분께 하남시 신장2동의 한 투표소에서 50대 여성 유권자가 도장이 옅게 찍혔다며 투표용지 교환을 요구했다. 이에 선거사무원이 도장이 선명하지 않아도 유효표가 인정된다고 설득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결국 자신의 투표용지를 찢어버리고 현장을 이탈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고양시 덕양구 화정2동 투표소에서는 기표를 잘못했다며 재교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투표용지를 찢은 뒤 현장을 벗어나는 소란이 발생했다.

제주도에서는 술 취한 남성이 사퇴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를 요구하며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남성은 현장을 이탈하며 소란은 마무리됐다.
[성남=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경기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에 마련된 성남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2022.03.09. xconfind@newsis.com


◆투표지 2장 배부 적발…"투표함 안이 궁금하다" 훼손

경기도 부천에서는 사무원이 유권자에게 2장의 투표지를 배분하다가 참관인에게 적발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계남초등학교 6투표소에서 한 유권자는 사무원으로부터 투표용지 2장을 받은 뒤 1번 이재명 후보에게 두 번 기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발되자 선관위는 2장 가운데 1장만 정상 처리했다고 밝혔다.

남양주시에서는 사전투표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투표함 봉인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투표소에서 6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투표함에 용지를 넣자마자 갑자기 봉인지를 훼손했다.

해당 여성은 봉인지 훼손 직후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투표함 안이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성을 체포한 뒤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씨름장과 고깃집에서도 투표를?

전국 곳곳에는 선관위가 학교나 주민센터를 구하지 못해 접근성이 높은 주변 민간시설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서는 성남종합운동장 내에 있는 실내 씨름장에 투표소가 설치됐으며 광명시 소하2동에는 한 고깃집에 투표소가 마련돼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 서울 구로구에서는 L컨벤션 신부대기실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이 외에도 농구장, 태권도장, 실내야구장, 커피전문점 등에도 투표소가 설치됐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유권자 4419만7692명 가운데 3251만5203명(73.6%)이 투표를 마쳐 지난 19대 대통령 사전선거 기준 70.1%보다 3.5%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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