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17년 아이폰 성능 고의 저하 논란 외부 제기에 뒤늦게 의혹 인정
美 배상금만 7500억원 등 글로벌 집단소송 이어져
9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발열은 이전부터 고성능 소프트웨어 과부하에서 비롯된 고질적 난제다. 이번 삼성전자 논란의 핵심인 '게임최적화서비스(GOS) 기능' 강제 적용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GOS 기능은 고사양 게임을 장기간 구동 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하는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삼성전자는 S22 시리즈 전에 나온 스마트폰에도 해당 기능을 적용했지만 당시에는 유료 앱 등을 통해 GOS 기능을 무효화하는 '우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S22 시리즈부터는 원 UI 4.0 업데이트로 GOS 탑재가 의무화 되면서 우회 방식도 차단됐다.
삼성전자는 발열을 최소화해 소비자 안전을 도모하고자 GOS 기능을 도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폭발, 자연 발화 사고 등으로 대규모 리콜 사건을 일으켰던 '갤럭시 노트7'의 악몽이 삼성전자로 하여금 발열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 또한 이른바 '배터리게이트'로 불리는 성능 조작 논란에 휘말린 바 있어 삼성전자도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지난 2017년 이용자 고지없이 배터리 사용기간에 따라 CPU 성능을 낮추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스마트폰 성능 지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사이트 '긱벤치'는 당시 아이폰6s와 아이폰7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기기 성능 자체가 떨어지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애플은 배터리게이트 논란이 심화되자 공식 성명을 내고 의혹을 인정했다.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낮을 때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겨 예기치 못하게 기기가 꺼지는 현상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 iOS 11.2가 적용된 아이폰7 등에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용자 고지없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췄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만 애플을 상대로 9999억 달러(약 1235조원)의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국내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검찰 고발과 민사소송 등이 이어졌다.
당시 애플은 해결책으로 무상 보증 기간이 끝난 아이폰을 대상으로 한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한국 기준 10만원→3만4000원) 등을 내세웠으나 무상 교체가 아닌 유상 교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의도적 성능 저하 문제는 의혹 제기 이후 1년 이상이 지난 뒤 iOS 11.3이 업데이트되면서 일부분 해결됐으나, 배터리 노화로 인한 성능 저하 자체는 사실이었기에 성능 저하 기능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고 성능 저하 정도가 비교적 '유동적'으로 변경되는 데 그쳤다.
애플은 법적으로도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엔 지난 2020년 3월 최대 5억달러(약 6175억원, 구형 아이폰 1대당 25달러)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같은 해 11월 1억1300만달러(약 1396억원)를 추가 지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도 애플 측에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국내에서 진행된 소송의 경우 4년 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 2018년 업무방해죄,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애플을 형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해당 소송은 불기소 처분됐고, 올해 1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다시 고발이 이뤄져 현재 고발인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원고만 6만4000여명 규모인 민사소송의 경우 형사소송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재판이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2 GPS 논란과 관련, 일부 갤럭시 S22 구매자들이 네이버 카페를 통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집단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다만 고의성 측면에서 다퉈볼 소지가 많고 삼성전자가 즉각적인 개선을 약속한 만큼 동일선상에서 당시 애플 아이폰 배터리게이트 때와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게임 유저의 환경을 고려해 지속적인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S22 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에 대해서도 최적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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