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광원 기자 = 러시아군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 ‘제2 체르노빌’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는 3일(현지시간) 오전 1시40분께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계속된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에네그로아톰(국영 원전공사)에 따르면 실제적인 핵 위험 위협이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할 경우, 체르노빌보다 피해 규모가 10배는 클 것"이라며 "러시아는 즉각 폭격을 중단하고, 소방대원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규탄했다.
앞서 가디언과 우크라이나 인테르팍스 등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공사인 에네그로아톰 및 최고경영자(CEO) 등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전날 오후 5시42분께 자포리자 원전 4㎞ 거리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원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은 자포리자로 향하는 주요 도로에 붉은 벽돌, 오렌지색 화물트럭, 타이어 등을 쌓아 임시 바리케이드를 치고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군이 사격을 퍼붓는 가운데 방탄조끼를 입고 무장한 시민들이 원전을 지키고 있다.
또 시민들이 몰려나와 1km에 달하는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에네르호다르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비디오에선 2명의 용감한 시민이 러시아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도 나온다.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15개의 원자로 중 6개가 밀집한 최대 원전지대이다.
국제 그린피스의 전문가는 자포리자 원자로 냉각시설 등이 폭발하는 최악의 경우 2011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자문위원 안톤 제라쉬첸코도 원전이 훼손되면 ‘새로운 체르노빌’이 생길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푸틴의 광기 때문에 유럽이 다시 핵 재앙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이 위치한 도시는 침략자들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체로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태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 장군들이여, 다시 생각해보라. 방사능엔 국적이 없다.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전쟁을 멈출 유일한 방법"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3차 협상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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