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짜리'가 14억 매수, 할아버지 찬스까지…부동산 의심거래 '천태만상'

기사등록 2022/03/02 13:54:00 최종수정 2022/03/02 15:15:03

국토부,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의심거래 조사

총 3787건 적발…편법증여·법인자금 유용 등

강남구·송파구·성동구서 가장 많이 적발 돼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1. 20대인 A씨는 서울 소재 아파트를 약 11억원에 거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지급 없이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 아파트는 A씨 부친의 지인 집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A씨 개입 없이 채무인수 등 모든 조건을 합의했으며, A씨는 인수받은 채무를 갚아야 하지만 정작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심, 경찰청에 수사의뢰 했다.

#2.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5세 어린이 B군은 부산 소재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사들이면서 '할아버지 찬스'를 썼다. 이 어린이는 할아버지로부터 5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향후 금융당국에서 세무조사 등을 통해 탈세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3. 여성 C씨는 강남 소재의 2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이 중 7억원은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서 빌렸다. 따로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 모녀가 법인자금유용 및 편법증여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들처럼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거래하면서 편법증여, 명의신탁, 법인자금유용, 다운계약서 작성 등 각종 위법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정부 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2일 국토교통부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신고 된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7만6107건 중 이상거래로 분류된 7780건을 조사한 결과 3787건의 위법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거래 유형과 통보 기관별로 살펴보면 편법증여와 법인자금유용 등으로 국세청에 통보한 게 26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일 거짓신고, 업·다운계약 등으로 관할 지자체에 통보한 것도 1339건을 차지했다.

또 대출용도 외 유용 등으로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건이 58건이었고, 법인 명의신탁 위반, 불법전매 등으로 경찰청에 통보한 사례도 6건이었다.

편법증여 의심거래의 경우 미성년자가 2건, 20대 170건, 30대 1269건,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 중 5세 어린이는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부산 소재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매수했고, 17세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14억원을 편법증여 받아 서울 소재 아파트를 57억원에 매수한 것으로 의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서초 등 초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위법의심거래가 많이 적발됐다. 위법의심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 강남구로 361건이었고, 서초구(313건), 서울 성동구(222건), 경기 분당구(209건), 서울 송파구(205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해당지역들은 단순 위법의심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 1위는 서울 강남구(5.0%)였으며, 서울 성동구(4.5%), 서울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서울 용산구(3.2%) 등의 순으로 높았다.

위법의심 거래 주요사례를 보면 부모 찬스를 써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와 법인 자금을 유용해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D씨는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41억원에 사들이면서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 자금으로 16억원을 조달하는 등 법인자금 유용이 의심됐다. 국토부는 이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또 E법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 용도)을 30억원 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부산의 2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대출 용도 외 유용이 의심돼 금융위에 통보했다.
 
국토부 김수상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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