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찰위성 해상도 높였지만 성능 의심…미사일 위장?

기사등록 2022/02/28 08:44:17 최종수정 2022/02/28 08:49:43

김정은 지시 따라 정찰위성 시험한 듯

정찰위성 해상도 크게 못 미친다 평가

미사일 발사, 정찰위성으로 위장 가능

[서울=뉴시스] 북한 정찰위성 발사 시험 궤적. 2022.02.28. (자료=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지구 사진의 해상도가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정찰위성으로서 성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정찰위성 시험으로 위장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28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전날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 지역에 대한 수직 촬영과 경사 촬영을 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고분해능 촬영 체계와 자료 전송 체계, 자세 조종 장치들의 특성과 동작 정확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시험 증거로 지구 사진을 첨부했다. 전날 군에 포착된 궤적을 고려할 때 촬영 표적지는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로 보인다.

북한의 정찰위성 시험은 이미 예고됐던 행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당시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 정보 수집 능력을 확보하며 500㎞ 전방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실무진들이 김 위원장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은 지난 1월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이미 공언한 전략전술무기부문 두 번째 중시하는 과제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틈새를 노린 도발'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미 설정해 놓은 자위적 국방력 발전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전략무기부문 5대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28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2022.02.28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군용 발사체의 탄두부를 개조해 위성 시험 장비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내부의 필요에 따라 정찰위성 개발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짜여있고 따라서 군용 미사일을 그대로 활용해 급하게 시험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정찰위성을 쏠만큼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 등을 근거로 북한이 아직 정찰위성을 발사할 만큼의 기술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봤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로켓을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처럼 발사해 하강 중에 카메라(정찰위성에 사용할 고해상도 카메라)로 지구 표면의 특정 지역을 촬영한다는 의미"라며 "사진은 고고도에서 지구 전체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며 이런 해상도로는 정찰위성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가 언급한 사운딩 로켓이란 무중력 연구 등 목적으로 발사하는 실험용 로켓이다. 위성용 카메라 시험은 일반적으로 항공기를 활용해 이뤄지지만 북한은 항공기 대신 미사일을 활용해 시험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교수는 "북한은 항공기 들여오기 어려우니 로켓을 쏴서 해보자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해상도 역시 정찰위성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공개한 지구 사진 역시 지난달 31일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찍힌 사진보다 고도만 높을 뿐 해상도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정찰위성이라면 지상 50㎝ 이하 정도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진은 지구 전체를 보여줬다. 웬만한 일반 카메라도 그 정도는 한다"며 "정찰위성이라 하면서 100㎞ 이상 고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여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화성-12형 발사. 2022.01.31.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영상은 북한이 주장하는 고분해능 영상의 특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고분해능 영상 촬영에 필요한 망원 계통의 광학계 특성과 자세 제어 장치 사용 시의 기술적 특성 역시 촬영 영상에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 수직 영상만 식별될 뿐 사각 영상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세 제어 장치 사용 역시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양욱 부연구위원은 "여태까지 고각 발사 시 로켓에 카메라를 장착해 보여준 사진에 비해 고해상도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기술의 발전이라고 일컫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핑계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앞두고 위장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발사지역이 우주 개발을 하는 곳이라고 말하던 동창리가 아니다. 이동식 발사대로 순안에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를 평화적 우주 개발로 위장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류성엽 위원은 "사진 촬영이 진행된 시간이 7시52분경으로 이는 위성 카메라 시험에 적합한 시간대로 볼 수 없다"며 "준중거리(MRBM) 미사일 발사체 활동 추정이라는 기존 평가를 유지한다. 미사일 발사 활동을 위성 개발 활동으로 위장하기 위한 기만 활동의 일환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1t 이상 대형 위성을 발사함으로써 5대 전략과제 중 하나인 정찰위성 개발과 동시에 ICBM의 성능개발도 같이 노리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정찰위성 시험을 했다면서 위성체 회수 등 정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미사일 시험을 의심하게 한다. 장영근 교수는 "보통은 사운딩 로켓을 활용할 때 페이로드가 떨어지면 낙하산을 펼쳐서 천천히 낙하하게 해서 수면 충돌로 인한 충격을 약화시킨다"며 "그런데 배를 띄워서 카메라를 회수했다는 등 내용이 없다. 정찰위성 기술 시험으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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