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환자 알약 못삼키는데 주사제 부족 겪기도
"먹는 치료제도 공급 부족" 호소
"정부가 치료제 물량도 함께 조절했어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18일 중환자나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있는 환자만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 경증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치료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그동안 모든 확진자를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이송해 왔지만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요양병원 자체 치료'로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문제는 감염병전담요양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에는 치료제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경증이라도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인천 소재의 한 요양병원장은 "당국에서 경증환자로 분류했지만 알약인 팍스로비드를 삼킬 수 없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은 주사형 치료제가 필요한데 보건소에서 재고가 없다며 주지 않고 있다"며 "주사제가 없어서 알약을 가루로 부숴서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팍스로비드는 원래 씹어서도 안 되고 한 번에 삼켜야 하는 약인데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이 그걸 어떻게 삼키겠느냐"며 "정부가 지침을 변경하면서 치료제 물량도 함께 조절해줬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장은 "공문이 21일 오전 8시50분께 도착했는데 잔류결정은 20일 0시부로 나서 20일에 양성 판정이 된 환자는 갑자기 병원에 남게 됐다"며 "사전준비가 돼있지 않아 인근 병원에서 보호장비를 빌려와 직원들에게 입게 했고, 일부 직원은 그 자리에서 사직했다"고 토로했다.
먹는 치료제 물량 문제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먹는 치료제를 도입한 이후 당초 예상보다 처방 물량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현실이다.
의정부 소재 한 요양병원 의사는 "약이 상당히 모자라서 처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별로 약을 많이 확보한 곳은 처방이 잘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적극적인 처방이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요양병원장은 "치료제 투약 후에 하루 이틀이면 증상이 사라질 정도로 효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주로 집단발생한 병원에서 많이 처방되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지난달 22일부터 요양병원 처방이 시작된 후 지난 24일까지 외래처방으로 1만4365명분(재택치료 포함)이 투약됐다. 남은 물량은 1만4210명분인데 서울 3092명분, 강원 938명분, 대구 70명분 등 보유 물량이 들쑥날쑥하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 입소한 70, 80대 노인은 증상만으로 무증상, 경증, 중등증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고지혈증제나 진통소염제를 먹으면 증상이 억제돼 무증상으로 보일 수 있다"며 "확진되면 무증상이라도 바로 먹는 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3월부터 요양병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을 시행하는 데 대해서는 현장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요양병원장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실험대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요양병원장은 "급하게 시행하는 감이 있지만 집단발생이 자꾸 나오는 만큼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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