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이준석 합당 제안' 폭로…安 몸값 띄우기 노림수

기사등록 2022/02/23 16:54:12 최종수정 2022/02/23 17:11:12

이태규 "이준석이 2월초 '安사퇴 합당·종로 공천' 제안"

이준석, '국당 내부에서 '安사퇴시키겠다'고 했다 주장

安 조롱 이준석에 대한 경고·安몸값 띄워 상승세 유지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부산 중구 광복로 시티스팟에서 유세를 펼치기에 앞서 '4번 타자'를 강조하며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2.02.22.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이달 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퇴를 골자로 하는 합당 제의를 했다고 폭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이 대표에 대한 경고, 국민의힘에 단일화 실패 원인을 전가하면서 안 후보의 몸값을 띄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 한 후 단일화 프레임에 벗어나며 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월초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며 "취지는 (안 후보가) 빨리 사퇴하고 대선 후에 국민의당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회 공천심사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가) 2월 10일 열정열차 출발일인 도착역 여수역에서 안 후보와 윤 후보가 함께 내려서 단일화를 선언하는 빅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며 "추가적으로 종로보궐 선거에 (안 후보가) 나간다면 공천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역에서 이길 수 있는 지역에 하는 게 안 후보의 정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유로 이 대표의 안 후보와 국민의당에 대한 지속적인 조롱을 꼽았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양립한 이른바 자강론(단일화 없이도 이긴다)과 통합론(단일화가 필수다)중 자강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13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이어 14일에는 "애초에 국민의당과 안 후보는 완주 의사가 부족하다", 15일에는 "진보진영에 있을 땐 계속 양보하더니 보수 쪽에 오셔서는 저희가 만만해 보이는가"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보다 못한 당내 홍준표 의원, 윤상현 의원, 정미경 최고위원 등이 이 대표의 이런 공세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 대선 캠프내 사람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표를 접게 만들겠다'며 단일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한뒤 "안 후보는 아시는지 모르지만 삼국지에 보면 미방과 부사인, 범강과 장달 이런 분들이 있다"고 했다.

진행자가 "배신자들 말하는 거네"라고 하자 이 대표는 "네, 그런 거 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계속되는 조롱과 비판, 더 나아가 국민의당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발언 등이 이 본부장의 기자회견을 하게 만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자강론을 주장한 이 대표도 물밑에선 이 본부장을 만나 '안 후보 사퇴 후 합당, 종로공천, 부산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야기를 꺼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도 단일화에 목을 메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이후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까지 2주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단일화 불씨는 살아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23일 국회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23. photo@newsis.com
이태규 본부장의 기자회견은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대표가 한 방식이나 조건으로는 안된다는 뜻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국민의힘이 단일화 테이블에 나서려면 최대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또 단일화 결렬 원인을 국민의힘으로 돌려 안 후보의 몸값을 띄울 수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야권 단일화 제안 철회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격차가 소폭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2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44.0%, 이 후보는 39.5%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난주(12일) 보다 0.3%포인트 하락했으며, 이 후보는 0.1%포인트 상승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4.9%포인트에서 4.5%포인트로 소폭 감소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4%포인트 상승한 7.5%로 5주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바뀌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유리하는다는 여론은 35.4%로 윤 후보(25.4%)보다 10%포인트 더 높았다.

여론은 단일화 실패의 원인을 안 후보보다 윤 후보에게 더 묻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후보측이 단일화 실패의 원인은 국민의힘으로 돌리는 여론을 조성한다면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안하더라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완주를 염두에 두고 지지율 상승세를 탈 모멘텀을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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